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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총 맞고도 싸웠다…우크라 '12남매' 엄마의 마지막 전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48). [벨라루스 매체 '넥스타' 트위터 캡처]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48). [벨라루스 매체 '넥스타'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명의 자녀를 둔 우크라이나 어머니가 최전선에서 싸우다 숨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현지 시각으로 16일 데일리메일, 더 선 등에 따르면 올가 세미디아노바(48)라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을 당시 복부에 총을 맞았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올가는 이날 사망했다.

올가가 총에 맞았을 때, 그녀가 속한 부대의 군인 대부분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올가는 부대원들의 도움 없이 전투를 계속하다가 그만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올가는 2014년부터 군복무를 해 왔다. 도네츠크에서 약 150마일 떨어진 마르하네츠에 살던 그녀는 열 두 자녀의 어머니였다. 이 중 6명은 보육원에서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Mother heroine’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 칭호는 다섯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어머니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올가가 사망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가족들은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올가가 사망한 지역에서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올가의 딸 줄리아는 “엄마는 마지막까지 군인들을 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48). [더선 캡처]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사이 국경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숨진 올가 세미디아노바(48). [더선 캡처]

올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국민들로부터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올가는 러시아 깡패들(thugs)과 대치하다 살해당한 것”이라며 “올가는 그녀의 부대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망을 보였다. 올가는 나에게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도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가에게 조의금을 지급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SNS를 통해 올가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올가는 유럽의 수호자이자 우크라이나의 영웅” “편히 쉬세요(Rest in Peace)”이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남겼다.

한편 파블로 크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올가가 사망한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민간인 대상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주민 400명과 의료진·환자 100명이 있는 병원에서 러시아군이 거센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는 인권에 대한 지독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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