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장실에서 강의 들어요" 대면·비대면 병행, 오락가락 캠퍼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에서 새학기를 맞아 개강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에서 새학기를 맞아 개강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면 강의는 학교 어디서 들을 수 있나요?" 
"대면 강의 때 확진되면 어떻게 하나요?"

이달 초 개강한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진자가 쏟아지는 중에 학기를 시작한 대학가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학습 결손을 해소하기 위한 대면 강의 원칙을 내세웠지만, 학생 사이에선 비대면 강의 병행과 확진 학생 배려 부족 등으로 교육권을 침해받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대학마다 이번 학기 수업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한양대 등은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삼았다. 성균관대·서강대 등은 수강 인원이 30~80명 이하면 대면 수업을 한다. 다만 대면 수업이 원칙이라도 대부분은 교수·강사 재량에 따라 비대면 수업도 병행한다. 같은 학교에서도 대면과 비대면 강의가 혼재됐다.

2일 대면 수업 방식으로 개강한 충북대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대면 수업 방식으로 개강한 충북대 캠퍼스를 학생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대면 강의 원칙인 학교의 학생들은 일단 학교에 간다. 하지만 비대면 강의 시간에는 수업을 들을 강의실 밖 공간이 부족하다. 대면·비대면 수업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교내 카페나 도서관에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일부 학생은 건물 복도에서 수업을 듣는 일도 있다고 한다.

중앙대 학생 문모씨는 "개강 초반엔 개방 강의실이 없어서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수업 듣는 사람도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면서 빈 강의실에 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생겼다"라고 했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김수민(22)씨는 "도서관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으면 교수님 질문에 답할때 노트북을 들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들은 단과대 차원에서 비대면 수업용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단과대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은 이용에 한계가 있다. 경희대생 최은정(23)씨는 "대면이면 대면, 비대면이면 비대면 하나만 정해서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의 한 강의실이 비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서강대의 한 강의실이 비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면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부득이하게 수업에 불참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부분 대학이 확진자 출석을 인정해주는 등의 규정이 있지만 학습 결손에 대한 대책은 마땅치 않다. 서울대 학생 문모(24)씨는 "확진되면 대면 수업을 못 듣는데 출석 인정만으로는 학습 결손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수업 대체 자료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확진 학생 대상으로 강의 녹화물, 필기 내용 등을 공유하는 '수업도우미' 제도를 운용한다. 하지만 많은 학교가 수업 대체 자료 제공을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연세대는 수업 대체 자료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이 대학 학생 김미지(22)씨는 "대체 자료 공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 공과대학 강의실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경북 경산시 영남대 공과대학 강의실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학생들은 대학 측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학교에서 대면 수업 여부를 늦게 공지하면서 수강 신청부터 난항을 겪는 등 예고된 혼란이었다는 것이다. 중앙대 학생 문채라(24)씨는 "대면 강의에서의 문제점들이 해결돼야 학생 교육권이 지켜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면 수업을 지속 운영하고, 특히 대면 활동 필요성이 큰 전공·실험·실습·실기·소규모 수업 위주로 대면 수업 시행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인문대 강사 A씨는 "2학년이 될 때까지 서평 한 번 안 써본 학생도 있을 정도다. 대면 강의가 필요하지만, 본부에서 강의 지침을 명확히 적용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