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국에 군사 장비 요청"…美 "러시아에 생명줄 허용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와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14일 로마 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양 정치국원에게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 언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에 군사 장비(military equipment)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또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부과한 광범위한 제재로 인한 자국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추가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무기와 지원을 요청했는지, 그리고 중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기밀정보를 수집하는 방식과 정보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10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의 개입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확전하는 것을 우려하며 중국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지원해선 안 되며, 중국에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CNN에 출연해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베이징에 직접, 비공개로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제재 회피 노력이나 지원을 한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도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손실을 메워주는 것을 좌시하거나 지켜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설리번 보좌관은 "세계 어느 곳, 어느 나라도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생명줄(lifeline)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에 사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국무위원과 회담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지원을 계속하거나 확대하면 받게 될 불이익을 경고하고, 중국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감대를 표현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설리번 장관은 중국은 푸틴이 뭔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침략이 일어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계획의 전모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푸틴이 유럽과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중국)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러시아의 중국 장비 요청 보도와 관련해 "이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류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은 참으로 당황스럽다"면서 "지금 최우선 순위는 긴박한 상황이 고조되거나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