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단계 접어든 「정국복원」/여야협상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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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자제 정당공천이 막판 쟁점/평민 늦어도 11월초 등원할 듯
정국정상화를 위한 여야간 막후 의견절충 작업이 마무리 정비단계에 들어갔다.
양측은 3개월이 넘는 파행정국을 이달안으로 복원키로 시한을 정하고 타결을 보지못한 쟁점을 추출,각자의 당론을 재조정해 절충점을 찾기로 했다.
현재 파행정국을 마감하는데 있어 큰 난제는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미 김대중 평민총재가 20일 단식투쟁을 끝냄으로써 대화분위기는 한층 고조돼 있다.
난항을 빚고있는 것이 지방자체제의 기존 자치단체(일반 시ㆍ군ㆍ구)에서 후보의 정당공천 허용문제,그리고 서울시장ㆍ5개 직할시장ㆍ도지사 등 단체장 선거실시 시기의 시점문제 정도다.
평민측은 여소야대시절의 합의대로 기초단체도 광역단체(서울ㆍ직할시ㆍ도)처럼 정당공천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해왔고 민자당측은 중앙정치의 대립상이 그대로 조그만 시나 군에까지 번진다고 반대,이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정부측이 기조자치단체에서는 정당간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의 대안으로 평민측이 내놓은 것이 가령 인구 30만명이상이 넘으면 정당공천을 선별 허용하자는 것이나 민자당측은 정부측의 입장이 워낙 강해 엉거주춤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이 잘 진전되지 않자 평민당은 지난 11일 김영삼ㆍ김대중 단독회담에서 김영삼 대표가 정당공천제를 전면 허용키로 했다고 공개하면서 민자당을 추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태도가 강경한데다 기초단체에까지 전면 정당공천을 적용하는 것에 여론의 흐름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평민당 역시 완강해 광역단체의 폭을 확대해 규모가 큰 일부시에만 정당공천을 인정하는 선에서 절충하거나 정당표시제로 타결될 공산이 크다.
단체장 선거문제는 민자당측이 지방의회(91년 2,3월께) 선거후 1년 뒤에 치르자는 입장이나 평민측은 다음 총선(국회의원선거ㆍ92년2,3월께)과 동시 또는 그 이전에 실시하자는 입장으로 맞서 있다.
단체장선거 시기는 양측의 차이가 길어야 4개월 정도여서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내각제개헌과 맞물린 미묘한 사안이기도 하다.
민자당의 민정ㆍ공화계는 새해초부터 내각제 개헌을 정식으로 공론화시켜 지방의회 선거때 이를 쟁점으로 부각시킬 작정이며 선거후 개헌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이다. 내각제 개헌이 성사되면 총선이 차기 「대권싸움」이 되는 만큼,단체장선거와 총선과의 동시선거는 여러가지 고려할 중요한 요소가 깔려있는 것이다.
평민당의 또다른 요구사항인 내각제개헌 포기문제는 이미 여권의 여러 경로를 통해 「야당과 국민이 반대하면 개헌불가」라는 표현으로 타결된 바 있다.
이미 양김회담에서 김영삼 대표와 김대중 총재간에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치르자는 양해가 이뤄졌다고 한다.
따라서 이같은 묵시적인 양해가 전제돼 있다면 김총재가 굳이 내각책임제 개헌포기를 계속 요구하다가 김영삼 대표의 입장만 난처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막후에서 이같은 문제를 절충해온 김윤환 민자,김영배 평민총무는 빠르면 23일부터 협상테이블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양측이 이미 타협점의 한계에 대한 얘기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당 총무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이것이 곧바로 평민당의 국회복귀로 이어지려면 여러가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각당의 내부의견을 조정할 절차가 필요하다. 당장 민자당에선 이런 정도에서 지자제협상을 양보할 바에 무엇 때문에 정국을 조기에 정상화시키지 못했느냐는 불만의 소리를 무마해야 한다.
김대중 총재가 직접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쟁점사항의 타결방안을 확인받으려 하는 것도 정상화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이다.
김총재는 노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야권내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향후 정국이 자신과의 협상없이는 순탄하게 전개될 수 없음을 과시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재야와의 입장도 정리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는 의원직 사퇴와 함께 시작된 야권통합 문제가 실패한 데서 오는 책임과 부담을 떨치고 정국이 민자ㆍ평민의 양당구도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여야 영수회담이란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김영삼 대표가 정국정상화의 물꼬를 자신이 텄음을 부각시키려는 자세도 정치복원의 마지막 과정으로 보인다.
그는 20일 부산 기자회견에서 지자제문제 실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것이 지난 11일 김대중 총재와의 단독요담에서 윤곽이 잡혔음을 시사한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평민당의 국회등원 시기는 일단 29일 정도로 점쳐지고 있으나 양당의 내부문제가 어느 속도로 정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11월9일의 영광ㆍ함평 보궐선거도 변수가 되겠지만 늦어도 그 이전인 11월초까지 정상화될 것이 확실하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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