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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수도 ‘키이우’ 목전까지 진격… 25km 앞에서 시가전 치열

중앙일보

입력

키이우 북서쪽 도시 이르핀에서 최근 며칠간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교전으로 인해 도로에 버려진 한 차량에 총탄 자국이 남았다. AFP=연합뉴스

키이우 북서쪽 도시 이르핀에서 최근 며칠간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교전으로 인해 도로에 버려진 한 차량에 총탄 자국이 남았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서 25㎞ 거리에까지 접근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공 3주차에 접어든 러시아군은 키이우를 사방으로 둘러싸며 포위 공격을 하고 있다.

이날 NYT에 따르면 이르핀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수일째 격렬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와 북서쪽 경계를 맞대고 있는 도시로, 키이우 도심에서 약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NYT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시가전으로 2주 전까지만 해도 수풀이 우거졌던 교외가 전쟁터로 바뀌었다”며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와 이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것은 침공 이후 한두 번밖에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한 군인은 이날 NYT에 “3개의 주요 도로가 이르핀을 가로지른다. 현재 이중 대학로는 러시아군이, 통합로는 우크라이나군이 차지했다. 중앙로를 두고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전차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키이우와 이르핀을 잇는 이르핀강의 다리까지 폭파했다. 이르핀이 러시아군에 넘어갈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수도 키이우 방어선이 뚫리는 만큼 배수진을 친 것이다. NYT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이 도시를 점령하면 러시아가 키이우를 포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이르핀과 키이우를 연결하는 다리를 파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이르핀과 키이우를 연결하는 다리를 파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 NYT에 따르면 이르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어느 지역을 차지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혼전 상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도심 건물 곳곳에 숨어들거나 쇼핑센터 등을 점령해 대치하고 있다. 양측은 다연발 미사일 등을 주고 받으며 시가전을 벌이고 있고, 커다란 포격음이 20분마다 울릴 정도로 종일 교전이 이어졌다.

수도 동쪽에서도 혈투 중

키이우의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브로바리에서도 러시아군의 진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차를 앞세워 진입을 시도하고 우크라이나군은 대전차 미사일 등을 이용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이곳은 우크라이나군의 효과적인 저항으로 러시아군의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키이우 외곽 한 주거지가 포격으로 인해 붕괴됐다. AFP=연합뉴스

키이우 외곽 한 주거지가 포격으로 인해 붕괴됐다. AFP=연합뉴스

키이우를 비롯해 주요 도시를 겨냥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CNN은 이날 “키이우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주변에선 전투가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키이우와 드네프로강으로 이어져 있는 중부 거점 도시 드니프로에선 이날 최소 2차례의 거대한 폭발과 공습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마카리우 역시 러시아 공습으로 아파트 단지 등 민간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군의 수도 포위 움직임은 위성 사진에도 포착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우주기술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는 “키이우 북서쪽에 러시아군의 대형 후송대가 재배치됐다”고 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도시 호스토멜의 안토노프 공항에서 포격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맥사 테크놀로지, AF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도시 호스토멜의 안토노프 공항에서 포격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맥사 테크놀로지, AFP=연합뉴스

영국 국방부 역시 12일 “러시아 병력 대부분이 키이우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에 있다”며 “앞으로 며칠 안에 키이우에 대한 총공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키이우 "모든 집이 요새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로 접근해오자 키이우는 사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카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가디언에 “키이우는 전투할 준비가 돼 있다. 키이우엔 보급통로가 마련돼 있고, 검문소도 있다”며 “마지막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도 “수도권 인구의 절반인 200만명이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모든 거리와 집이 요새화됐다.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도 못 했던 사람들이 이제 군복을 입고 기관총을 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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