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월 소비자물가 3.7%↑…외식 밀고, 석유 끌면서 ‘고공행진'

중앙일보

입력

또 3%가 넘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를 기록하면서다.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행진이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대외적 요인이 다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물가 상승 폭이 1월보다 컸다. 석유류 상승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외식 가격이 뒤에서 미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째 3%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비자물가 상승률 5개월째 3%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공행진 중 우크라 사태까지

4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3%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5개월 연속으로 물가가 3% 넘게 오른 건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계절이나 일시적 충격을 제외한 지난달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3.2% 올라 2011년 12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2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의 경찰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불타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들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에 나서며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AFP]

2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의 경찰서 건물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불타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들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에 나서며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 [AFP]

근원물가까지 3%대로 올라서는 등 고물가 장기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대외 위험까지 추가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부터 오름세가 계속될 거라고 봤는데 지금은 부정적 요인이 더 늘어났다”며 “우크라 사태는 국제유가나 곡물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물가 상승이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4%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엔 석유류 상승 여파 더 크다

지난달 물가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산물의 경우 지난해 작황 호조로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3% 떨어졌다. 신선식품 지수가 하락했음에도 3%대 물가 상승이 나타난 건 외식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가격과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다.

주요 품목별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품목별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79%포인트, 외식의 기여도가 0.78%포인트다. 전체 물가 상승률 3.7% 중 석유류와 외식이 1.57%포인트를 차지했다. 지난달 오른 물가의 절반은 석유와 외식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석유류는 전년보다 19.4% 올랐다.

10% 가까이 오른 생선회

외식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6.2%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 1월에도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5% 오른 바 있다. 생선회(9.8%), 소고기(8.2%) 등이 크게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도 오르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우려도 나온다.

이마저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의 일이다. 3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고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월 물가엔 우크라 사태 영향이 일부만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 3개월 연장”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뉴시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 주유소. 뉴시스

물가 상승이 민생 어려움을 키우자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장관급 물가관계부처 회의에서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적용을 7월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재부 차관이 아닌 경제부총리가 직접 장관들을 소집해(장관급) 물가관계부처회의를 연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