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퓨전 몸짱' 절반은 세단 절반은 SUV, 디자인 장점 모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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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최근 나온 신차의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일반적인 차량 디자인 분위기가 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한 차라고 주장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디자인은 소비자의 상식을 뛰어 넘었다. 그런데 이런 이색 디자인 차들이 그런대로 잘 팔린다.

이병섭 현대차 유럽디자인연구소 총괄부장은 "크로스오버 바람이 불면서 요즘 신차의 앞면이 다소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우디는 '디자인'으로 재미를 봤다. 범퍼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인 '싱글 프레임'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럭셔리 SUV인 베라크루즈의 전면부 디자인은 세단과 SUV의 느낌을 혼합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LA디자인연구소에서 디자인했다.

첫 인상은 렉서스 RX350이나 BMW X-5를 떠올리게 한다. 옆면은 전반적으로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인데, 딱히 어떤 차를 벤치마킹했다고 지적하기 힘들 정도로 균형 잡인 몸매를 갖췄다. 하지만 전면부는 좀 특이하다. 벌집을 연상시키는 그물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아랫부분의 긴 직선형 그릴이 눈길을 끈다. 럭셔리카인 포르셰 카이엔 느낌이 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라디에이터 그릴은 격자 모양이나 긴 수평선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헤드램프는 일반적으로 좌우가 긴 것에 비해 위아래가 더 긴 세로형이다.

인터넷 베라크루즈 동호회는 이 디자인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동호회 한 관계자는 "앞부분이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지만 평이 좋은 경쟁차의 장점을 고루 수용해 전체적 인상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차는 일주일 만에 701대가 팔려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올 연말부터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한다.

지난달 나온 혼다코리아의 신형 SUV인 CR-V도 기존 사각 박스형에서 유선형으로 디자인을 바꿨다. 크로스 오버 인상을 줬다. 전면 윗부분은 세단 스타일로, 범퍼부터 아랫부분은 기존 SUV의 강인한 디자인 감각을 살렸다. 얼굴을 대표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모양이 다른 두 가지 디자인 요소가 위아래로 복합됐다.

혼다코리아 측은 세단의 느낌을 도입한 도시형 CUV라는 주장을 내놓지만 소비자들은 전면 디자인이 생소하다는 반응이다. 너무 튄다는 뜻이다. 하지만 CR-V는 3000만원대에 내놔 지난달 289대가 팔렸다. 수입차 차종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나온 쌍용차의 소형 SUV 액티언 역시 파격적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 전면부의 날카로운 디자인에 대해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팽배했다. 새로운 시도를 칭찬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선과 면의 구분이 모호한 중국식 디자인이라는 평이 맞섰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만의 디자인 요소를 찾다 보니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과 거리가 있었다"며 "유럽에선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아 수출이 잘된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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