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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포괄적 대리한 법무사…대법 판단은 “변호사법 위반”

중앙일보

입력

법무사가 개인 회생·파산 사건 등을 의뢰인으로부터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대리한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무사로서 단순히 서류 작성 등을 대행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처리 과정 전반을 대리하고 사건 단위로 수임료를 책정했다면, 이는 법무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법무사 신분으로 개인 회생·파산 등 비송사건(재판 없이 간단한 절차로 판결이 내려지는 사건)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0만원과 3억2000여만원의 추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거나 약속하고 소송·비송·가사조정·심판 사건을 대리하거나 법률 상담 등을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법무사이면서 2010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 386건의 개인 회생·파산 등 사건을 일괄 취급하며 4억6000만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았다.

이 사건은 쟁점은 A씨가 의뢰인으로부터 개인 회생 신청서, 채권자 목록, 재산 목록, 수입지출 목록, 진술서 등을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일괄 취급한 것이 변호사법상 '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법무사는 법무사법에 따라 의뢰인으로부터 개별 서류의 작성을 위임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업무는 가능하지만, 법률 대리는 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개인 회생 사건처럼 신청서와 함께 여러 종류의 서류들을 동시에 제출해야 하고, 제출할 서류의 내용 역시 비교적 정형화돼 있는 경우에는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대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건을 취급하면서 서류 작성 또는 제출을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한 것이 아니라 사건당 수임료를 책정해 받았다"며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통지도 법원에서 직접 받는 등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문서 작성 및 제출, 서류 보정, 송달 등 필요한 제반업무 일체를 포괄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이 사건 2심 선고 당시 "국민의 편의를 저해하고 국민에게 더 큰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규탄했다.

법무사들은 지난 2020년 법무사법이 개정되면서 개인 파산·회생 사건에 대한 신청대리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법무사들이 신청대리권을 넘어서 포괄적 대리권을 행사하는 데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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