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링컨 "러, 며칠 안에 우크라 공격할 준비"…'불가침선언' 촉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를 향해 불가침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를 향해 불가침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무대를 유엔으로 옮겨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정보 분석 결과 "러시아군이 앞으로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어디가 주요 목표물이 될지도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지난 15일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훈련을 마친 일부 병력이 철수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조건 달지 말고, 얼버무리지 말고, 왜곡하지 말고,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라"며 '불가침선언'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가 정말로 전쟁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군대는 병영으로 보내고 전투기는 격납고에 넣은 뒤, 외교관들을 협상 테이블로 보내 입증하라"고 말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예고 없이 진행됐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뉴욕으로 향했다.

블링컨 장관은 안보리 회의 참석을 두고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교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책임감 있게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다음 주 유럽서 대면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유엔본부 밖에서도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로 가는 길에 백악관 기자들을 만나 "모든 징후로 볼 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아직 어떤 군대도 철수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하며, 이 때문에 침공위협도 "매우 높다"고 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병력 철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러시아는 병력을 더 늘리고 있고, 이들 중 일부가 국경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게 목격됐다고 했다.
오스틴 장관은 러시아가 흑해에서 대비 태세를 강화하면서 혈액도 비축 중이라면서 "짐을 싸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 확실히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런 미국의 반응에 거세게 반발했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두고 "유감스럽고 위험스럽다"며 "오히려 긴장 상태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군대 일부가 훈련을 마친 뒤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군대 일부가 훈련을 마친 뒤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여전히 러시아 영토에 남아있고, 일부 부대는 이미 훈련을 마친 뒤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현재 긴장의 원인을 우크라이나에도 돌렸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2월 의장국인 러시아가 마련한 자리였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이 외국인으로 취급되며 탄압받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 베르쉬닌 차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해 안보리 내에 공유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한 미국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잠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안보리를 이용하려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르쉬닌 차관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시아 반군에 포격을 가했다는 러시아 매체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평화협정 이행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공격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