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 끝났지만 성과는 미지수/소 경제개혁안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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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화국 독자추진 연방분열 우려/사유재산제등 고르비 지도력 따라 판가름
소련 최고회의(의회)는 19일 고르바초프가 제출한 경제개혁 절충안을 사실상 통과시켰다.
고르바초프 절충안은 이제 최고회의내 관련위원회의 독회를 2∼3차례 남겨 놓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약간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회의는 고르바초프의 절충안을 최고회의가 토의할 기본안으로 승인하면서 압도적인 표차(찬성 3백33,반대 12,기권 34)를 보여주었고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이 최종 입법안으로 결정될때 다시 표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제 지리하기까지 했던 소련의 개혁논쟁은 사실상 마감됐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 옐친을 비롯한 급진개혁파가 고르바초프의 안을 전면 거부하고 크렘린에 반기를 들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경제개혁안을 수정할 수 있는 여지는 기본대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정도일 뿐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수정과 새로운 조항의 삽입도 다시 최고회의에 제출돼 관련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방의 법적 테두리를 인정한다면 이 안에서 개혁파가 취할 수 있는 입지란 사실상 좁을 수 밖에 없다.
최고회의의 이와 같은 결정은 결과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시간벌기 작전이 주효했음을 보여준 것이 됐다.
고르바초프는 지난달 24일 최고회의 석상에서 책상을 두드려 가며 열정적인 연설을 행하면서 10월15일까지 대통령의 절충ㆍ단일안을 제출할테니 대립되는 두개의 경제개혁안중 어느 특정안을 채택하는 결정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이를 관철시켰었다.
최고회의에는 ▲6개년에 걸쳐 3단계로 나눠 소련경제를 시장경제체제로 이행시키자는 리슈코프안과 ▲5백일 이내에 소련을 시장경제체제로 이행시키자는 급진적 샤탈린안이 상정돼 있었다.
또한 이 두가지안중 어느 특정안이 채택될 경우 ▲보수파의 반발과 내각의 사퇴 아니면 ▲급진파에 의한 독자적인 5백일 계획안의 실시에 따른 연방체제의 균열과 새로운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컸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호소가 최고회의에 의해 받아들여진 후 급진파가 연방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을 좌절시키기 위한 몇가지의 조치들을 취해 왔다.
우선 최고회의 의결을 통해 확보한 비상대권을 활용해 ▲도매가격의 협상허용 ▲공산당 재산보호령 등 몇가지 포고령을 발표했고 ▲샤탈린안과 리슈코프안을 절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아간베기얀 국민경제연구원장을 설득,단일절충안을 만들도록 독려했으며 ▲발트3국을 제외한 12개 공화국 대표들과 절충안의 방향 및 새로운 연방관계를 설정할 연방법의 내용에 대한 협상을 시도,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따라서 18일 최고회의 석상에서 아간베기얀이 옐친과 러시아공화국을 가리켜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고르바초프가 19일 직접 옐친을 겨냥해 『1억5천만 인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있으며 인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향후 고르바초프 개혁안이 실시될 경우 예상될 러시아공화국등 급진파들이 장악하고 있는 몇몇 공화국의 반발에 대비한 새로운 방책이 마련되어 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이 최고회의를 통과해 실시된다 하더라도 이 안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개혁의 성과들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발트3국과 그루지야 및 아르메니아ㆍ우크라이나공화국에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탈연방 움직임,독자화폐 발행추진 등은 자칫 연방의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고르바초프의 개혁안은 비록 정치적 노력에 의해 최고회의의 지지를 획득했으나 실제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4단계에 걸쳐 예산적자 축소와 새로운 은행제도 설립,민간소유의 확대 등을 통한 사유재산제도의 확립 등을 목표로 한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그의 지도력이 경제개혁안의 실시과정에서 어떻게 관철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김석환기자>
□고르바초프 경제개혁안의 항목별 목표
▲예산과 적자:국가예산의 적자를 감축,저축에 대한 은행금리를 인상
▲은행: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유사한 중앙은행을 창설
▲통화:외국투자유치를 위한 태환가능한 루블화를 확립
▲국가독점:경제의 탈국유화,탈독점화를 추진
▲민간소유:개인의 재산 소유를 허용하며 토지제도를 개혁,유대를 안정화한다
▲농업:15개 공화국들이 농업집단화를 해체하든지,아니면 집단ㆍ 국영소유제를 계속 유지하든지 독자적으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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