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안들이는 TV가요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TV의 가요·음악프로그램은 대중에게 매우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 프로에 기울이는 방송국의 관심과 정성은 미약하다.
음악프로의 특수성이나 자기영역을 보존하지 못하고 다른 내용에 기생하는 구성과 편성이 많다.
가수들 대부분은 특히 TV 음악프로에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TV출연 자체를 꺼리거나 음악전달보다는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주말저녁의『쇼 토요특급』(KBS-1 TV),『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MBC-TV) 등의 일부 프로를 제외하면 악단의 실제연주 없이「녹음테이프 따라 부르기」로 점철된다.
『가요 톱10』『젊음의 행진』(이상 K-2 TV),『화요일에 만나요』『쇼 네트워크』(이상 M-TV)등 이 그 같은 프로로 판에 박히고 경직된 음악밖에 기대할 수 없다.
TV출연을 꺼리는 가수P양은『일정수준의 예술성을 원하는 가수라면 아무런 즉흥성이나 기교·변주도 불가능한 천편일률적인 노래를 부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TV프로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어 대중이 식상하지 않는 음악을 전달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며『인형과 앵무새처럼 기계적인 음악만을 하는 것보다 콘서트와 음반제작에 더 열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 다른 가수C씨는『TV프로는 단지 음악제목과 내용의 PR용』이라며『음반이나 콘서트를 많이 접한 음악 애호가들은 TV를 통한 음악방송이 본래의 음악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음악 쇼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한 PD는『1∼2주일 전에 졸속 제작하는 현황이나 기본적 음향시스템을 갖추는데도 인색한 제작비 투자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한 제작간부는 이와 함께『방송사에 전속된 악단의 형태와 음향시스템이 보다 다양해지고 이들 음악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음악프로가 독립적으로 몇 개 고정 편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요연예계 비리사건 이후 몸살을 앓으며 더욱 침체되어 가는 TV음악프로의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시도가 요청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