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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추경 증액 요구…정부는 국가신용 악영향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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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정부가 편성한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정치권의 증액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증액을 반대하고 있는 정부에는 물가·금리 말고도 고민이 더 있다. 바로 ‘한국 경제의 평판 자체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연례협의를 할 계획이다. 3월에는 S&P와의 연례협의가 예정돼 있다. 신평사는 연례협의에서 파악한 한국의 경제 동향과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한다. 이달 중 추경 증액이 결정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1%(정부 추경안 기준)보다도 높아지면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아래로, 또는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은 이번 정권에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국제 신평사들이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요소가 사라진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제 신평사는) 정부가 재작년에 제출한 재정준칙이 말로만 하고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추경으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며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평가 등급이 떨어질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에는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재정적자까지 커지면 신평사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평가가 나빠지면 국내 자본 유출의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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