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 진전 정상회담 기대”/김일성주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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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과 없는 상봉은 인민이 실망”/강 총리와 어제 단독요담
【평양=안희창 특파원】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8일 노태우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총리회담에서 현안에 대한 남북간 타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주석은 이날 오후 평양의 집무실인 주석궁(금수산의사당)에서 강영훈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상봉이어야지 아무런 결과가 없는 상봉은 인민에게 실망을 준다』고 밝혔다.
김 주석은 강 총리가 『총리들이 닦을 것은 열심히 하겠지만 한계가 있고 정상들께서 하실 일이 따로 있으니 잘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정상회담 수락을 촉구하자 이같이 밝혔다.<관계기사 2,3,5면>
김 주석은 『여러분이 취급하는 일들이 정상회담에서도 취급될 문제이니 총리회담에서 잘 논의하는 게 좋겠다』며 『그렇게 하여 총리회담을 통해 나와 노 대통령이 만날 기회를 조성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주석은 『총리회담이 잘돼 통일이 성사되어 하나의 민족,하나의 나라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주석은 『80년대부터 시작해서 10년 만에야 겨우 총리회담이 열리게 된 자체가 좋은 전망을 내다볼 수 있는 계기를 인민들에게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주석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비록 문건의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3차회담을 서울에서 열기로 했으니만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주석은 『총리회담이 잘 성사되면 내가 바라던 노 대통령도 만나고 정상회담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측 대표단과의 면담에 앞서 강 총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김종휘 대표와 연형묵 총리가 배석한 가운데 20분간 김 주석과 개별면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공개면담 때보다 더 깊숙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 총리는 이 개별면담 자리에서 남북 정상이 직접 회담을 갖지 않는 한 남북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조속한 정상회담의 개최를 요청하고 그 시기나 장소는 김 주석이 원하는 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 총리는 또 남북이 폭넓은 인적ㆍ물적 교류를 통해 상호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공존공영을 이룩해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하고 1천만 이산가족 재회,각 분야에서의 폭넓은 인적 교류,남북간 상호보완적인 직접 교역 및 경제협력 등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강 총리는 북한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안정에 우리측이 기여할 용의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김 주석이 통일문제에 획기적 전환이 이뤄지도록 정치적 대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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