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뒈지래요" 양부모 학대 참다참다 초등생이 경찰서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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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위를 힘들어 한 A군은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고 했다. JTBC 캡처

취위를 힘들어 한 A군은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고 했다. JTBC 캡처

남자 초등학생이 추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양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신고 3년 전에도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된 교육 당국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양부모의 학대는 계속 이어졌다.

“초등 4년부터 원룸서 혼자 생활”

2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A군은 태어나자마자 경남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리고 4학년이던 2020년부터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양엄마는 5분 거리의 집에서 홈 카메라를 통해 아이를 감시했다.

A군은 카메라 앞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반찬도 없이 볶음밥을 먹었던 A군은 이를 ‘개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A군의 양아빠는 영하의 날씨에 찬물로 A군을 목욕시켰다. A군의 양아빠는 “군인은 겨울에도 얼음물에 들어간다”며 찬물로 목욕시키는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한다.

상담 녹취록에 따르면 A군은 부모로부터 들은 폭언과 추위를 힘들어했다. A군은 “얼어 죽기 싫다. 따뜻한 세상에 살고 싶다”고 고통을 호소한 뒤 2020년 12월 스스로 경찰을 찾아갔다. A군은 “오늘 아침에도 나가서 뒈지라고 했어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은데 계속 기억만 남아요”라고 상담사에게 털어놨다.

2017년·2019년 경찰 신고 유야무야

양부모가 A군을 학대해 온 사실은 2017년 7월 학교 교사의 신고로 경찰에 접수됐다. 그해 8월 검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후 2019년 10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또다시 A군의 아동학대가 의심돼 수사를 의뢰했지만, A군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학대를 참다못한 A군이 2020년 12월 지구대를 스스로 방문해 신고한 끝에 양부모는 지난해 불구속기소 됐다. 수사기관이 학대를 인지한 후부터 양부모와 분리된 A군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A군 양부모는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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