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훈총리 기조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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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날 남북간의 대결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대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면서 상대방 체제를 타도하려는 냉전적 사고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쌍방은 이제 어느편도 상대방 체제를 부정하거나 타도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지난 1차회담과 그 이후 귀측이 취해온 일련의 태도에 대해서 몇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귀측이 남북간에 상호 실체인정을 거부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1차 회담 때에 귀측은 이른바 긴급과제라는 것을 내세워 회담의 제로도 될 수 없는 범법자 석방문제를 제기하는가 하면 긴급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제토의에도 호응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나는 서울회담을 취재했던 귀측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귀측의 보도매체들이 일방적으로 귀측 주장만을 보도하면서 우리측 주장을 비방하고 귀측 주민에게 사실 그대로 알리지 않는 불공평하고 편파보도를 보인 것은 귀측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제1차 회담에서 이미 제기한 바와 같이 남북간에 통행ㆍ통신 및 경제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하루빨리 채택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우리측의 제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는 바입니다.
○남북 통행에 관한 제안
1,남북주민이 육로ㆍ해로ㆍ공로를 통하거나 또는 외국을 경유하여 남북을 왕래하는 절차와 준수해야 할 의무 등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2,남북을 왕래하는 자는 자기측 당국이 상대지역 방문을 허가하는 증명서와 방문지역의 당국이 발행한 방문허가 증명서를 소지한다.
3,남북의 당국은 통행을 위해 쌍방의 합의에 따라 통과지점 및 통행로를 지정한다. 육로의 경우 우선 장단과 판문점을 통과지점으로 하며 경의선 철도와 문산ㆍ개성간의 도로를 연결한다.
4,상대측 지역을 방문하는 자는 방문하는 동안에 필요한 물품과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선물을 휴대할 수 있다.
5,남북의 당국은 자기측 관할지역에 들어오는 인원에 대한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6,상대측 지역을 방문하는 자는 상대측의 질서와 안내에 따른다.
7,남북의 당국은 자기측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자에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긴급구제조치를 취한다.
8,남북의 당국은 자기측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자에게 허가된 목적 수행을 위한 활동을 보장하고 신변안전과 무사 귀환을 보장한다.
9,통행에 따르는 제반문제를 협의ㆍ조정하기 위해 남북통행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한다.
10,통행에 따르는 실무문제를 관장하며 행정지원 및 연락업무수행과 남북통행위원회로부터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서울ㆍ평양ㆍ판문점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ㆍ운영한다.
○남북통신에 관한 제안
1,남북간의 상호 우편ㆍ전기통신의 교류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2,남북의 우편당국은 상대측의 주민이 수신인으로 되어있는 우편물을 수집하여 상대측에 전달하며,우편물을 전달받은 측은 자기측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신인에게 배달한다.
3,남북간 우편물의 교환장소는 판문점으로 하고 주1회 교환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때에는 남북의 당국간 합의로 따로 정할 수 있다.
4,남북의 당국은 남북간 전기통신 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을 갖추어야 하며 남북간 전화통화는 교환대를 통하여 연결하고 이를 점차 자동화한다.
5,남북으로 교환되는 우편ㆍ전기통신 요금은 남북 당국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6,남북의 당국은 남북으로 교류되는 우편ㆍ전기통신에 대해 비밀을 보장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정치적ㆍ군사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
7,남북간 통신교류에 수반되는 제반문제를 협의ㆍ조정하며 남북간 통신교류의 확대ㆍ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남북통신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한다.
8,남북간 우편ㆍ전기통신 교류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간 통신기술의 통일적 발전을 도모하며,남북통신위원회로부터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남북통신기술단을 설치ㆍ운영한다.
9,남북의 당국은 우편ㆍ전기통신 교류에 관한 국제적 협약을 존중한다.
○남북 경제협력에 관한 제안
1,남북 당국은 상호간의 물자교류 및 경제협력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2,남북간의 물자교류 또는 경제협력사업의 당사자는 품목별 또는 사업별로 쌍방이 각각 지정하는 해당기관으로 한다.
3,교류대상 품목은 상호보완의 원칙에 따라 정한다.
4,교류량은 쌍방의 수급사정을 감안하여 연간 교류규모를 조정한 후 품목별로 교류당사자간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5,교류물자의 가격은 국제시장가격을 고려해 교류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결정한다.
6,거래방식은 청산결제방식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할수 있다.
7,결재사무는 쌍방이 지정하는 남과 북의 은행이 직접 담당하도록 한다.
8,결제통화는 스위스 프랑화로 한다.
9,상호간의 물자교류는 민족내부교역 차원에서 추진하며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10,교류물자의 수송방법은 교류물자의 특성ㆍ중량ㆍ운송비 등을 감안해 교류당사자간에 상호협의해 정하되 철도ㆍ자동차ㆍ선박ㆍ항공기를 합리적으로 이용한다.
11,남북간에 자원의 공동개발ㆍ합작투자 등 제반경제협력을 실시하며 경제분야에서의 공동대외진출과 공동대외협력사업을 추진한다.
나는 이상과 같은 다각적인 교류협력 실시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부문별 협의회를 구성ㆍ운영할 것을 제의합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다음과 같은 3개항의 당면과제에 대해 귀측의 성의있는 태도 표시가 있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입니다.
첫째,조국의 평화와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개선과 화해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측이 상대방 체제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대남혁명 노선을 포기해야 합니다.
둘째,분단으로 야기된 민족적 고통을 하루속히 덜어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귀측은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조속히 실현되도록 협력해야만 합니다.
셋째,남북 동포들이 다같이 잘살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평양통일이 이룩되기 이전이라도 남북이 공존공영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측이 유무상통과 상호보완의 원칙에 따라 경제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는데 적극 호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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