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선호 평택항 사망사고 관계자들 ‘집유’…유족 “솜방망이 처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6월 19일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4월 평택항 작업 중 숨진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2021년 6월 19일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4월 평택항 작업 중 숨진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평택당진항에서 컨테이너 사고로 숨진 고(故) 이선호(당시 23세) 씨 사망사고 관련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했다.

13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동방’ 평택지사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강의 이수를 명령했다.

또 동방 총괄본부장 B씨에게는 금고 5월에 집유 2년을, 대리 C씨에겐 금고 8월에 집유 2년, 직원 D씨에겐 금고 4월에 집유 2년, 지게차 기사 E씨에겐 금고 8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이밖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방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게 안전한 작업 환경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황망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일부 피고인이 유족들과 합의한 점, 사고 컨테이너의 안전장치 고장에 따라 피고인들이 사고를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참작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따라 동종 사건의 양형 정도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인의 부친은 이날 고 이선호 님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을 내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동방에서 총괄본부장 B씨에 대한 중징계를 약속했다.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대책위 또한 성명을 발표하고 “동방은 벌금 2000만 원, 동방지사장은 징역 1년 집유 2년이 선고된 최고형이다. 그나마 검찰의 500만 원 구형보다 늘어난 정도일 뿐”이라며 “산재 사망 사고에는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1달 이상 늦추면서 눈치를 보다가 내린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방의 업무지시자, 관리자들이 모두 금고 5월, 6월에 집유 2년입니다. 깃털보다 가벼운 선고로 원청사의 책임은 깃털만큼만 책임지고 면죄부를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유가족의 요구는 ‘다신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꼬리자르기식으로 현장 노동자만 처벌하지 말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해야 기업범죄를 줄이고, 산재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시행될중대재해처벌법,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의 형량에 맞게 심판할 수 있도록 즉각 항소해야 한다”며 “검찰과 재판부가 산재 사망 근절을 위한 사회적 요구를 무시한다면 사법부 역시 또 다른 산재 사망사고를 유발하는 공범으로 인식돼 국민의지탄을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해 4월 22일 평택당진항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중 넘어진 컨테이너 한쪽 벽체에 깔려 숨졌다. 그는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고, 사고가 난 컨테이너의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은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