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정국 숨통트기 정중동/민자­평민 정상화 막후협상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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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김회동때 상당한 의견접근 이룬 듯/지자제 양보로 선결4항 타결 낙관적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단식 8일째인 15일 소속의원 30여명이 동조단식농성에 돌입한 데 이어 16일 10여명이 합세,외견상으로는 대치정국이 더욱 경화된 것으로 보이나 내막적으로는 여야간의 대화무드가 무르익어 이번주가 교착정국 돌파구 마련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총재가 8일 단식에 돌입할 때부터 단식투쟁이란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제기됐었으나 달리 묘수를 찾지 못한 채 그대로 결행됐었다.
그러나 단식에 대한 반응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재야통합파나 여론의 역풍을 초래한 데다 보라매대회까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 이제는 정국 정상화쪽으로 물꼬를 트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되고 있다.
평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 김 총재와 김영삼 민자당 대표위원간의 단독 밀담에서 상당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막후대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는 감을 잡고 있어 김 총재의 단식투쟁에 대한 지원과 대여 압력용으로 동조단식에 들어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평민당은 이제 공은 여당에 넘어갔으며 여당도 더 이상의 정국경색을 원치 않을 것이므로 뭔가의 「낭보」를 전해올 갓으로 기대하면서 민자당의 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평민당쪽에선 내각제개헌포기 선언,지자제 실시,민생문제,보안사 사찰관련 사과 및 개편이라는 4개 요구조건 중 지자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적당한 「수사」와 「편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신축성을 보이고 있어 타개의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은 편이다.
여권의 분석으로도 11일의 김대중­김영삼 단독회동을 계기로 대체적인 협상의 바탕은 이뤄진 것 같다.
양김 회동에서는 김대중 총재의 4개항 요구중 핵심이 되는 ▲지자제 전면실시 ▲내각제 개헌 포기선언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
특히 최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지자제,시장ㆍ도지사 등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민자당이 실시 시기에서 평민당의 주장을 수용,대통령선거 전에 실시키로 했고 김 총재는 정당공천제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김 대표의 입장을 고려해 사실상 정당공천의 길을 열어놓는 정당표시제를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자당은 그동안 평민당 요구대로 대통령선거 전에 시ㆍ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면 김대중 총재가 호남지역을 완전히 장악할 뿐 아니라 공무원 조직이 흔들려 개헌 국민투표나 총선ㆍ대통령선거 등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반대해 왔던 터여서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평민당의 계산으로는 시ㆍ도지사 선거에서 호남권은 물론 서울과 성남ㆍ부천 등 일부 도시에서 승산이 있고 무소속 또는 야권성향의 단체장이 들어서면 대통령선거에서 승산을 넘볼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평민당이 생각하는 지자제 협상선은 지방의회 선거를 내년 상반기중에 마무리짓고 단체장 선거를 14대 총선 때까지는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당추천제 허용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선거시기는 단체장 선거 보장만 있으면 93년 대통령선거 전까지 늦추는 문제는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평민당도 기초자치단체 선거에는 상당한 신축성을 가지고 있다.
또 한가지 쟁점인 내각제 개헌포기 문제에는 양김의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되지는 않으며 김대중 총재도 적절한 수준의 발언이면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는 게 민자당 분석이다.
특히 두 김씨 간에는 앞으로의 정국을 민자­평민 양당구도로 이끌어 간다는 것,그리고 두 김씨 간의 합의는 양자가 지켜간다는 것 등의 얘기도 오간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의 김윤환 신임총무가 양당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등은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두 김씨 간의 양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뤄진 만큼 민자­평민당 간의 국회등원 협상도 일단 큰 장애는 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지자제 문제에 있어 민자당 안에서 김 대표의 의견과 민정계 생각이 꼭 그대로 일치하지 않고 내각제 문제에도 어느 정도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때문에 민자당 내의 이견조정과 민자­평민당간의 구체적인 협상안 작성과정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평민당으로서는 민주당이나 재야의 견제로부터 벗어나 등원으로 선회할 계기마련이란 전술적 선택도 고심거리다.
하지만 민자ㆍ평민 양당은 국회등원­지자제 타결이라는 큰 줄거리에는 의견접근이 이뤄지고 있어 돌발적인 사태변화가 없는 한 등원협상과 국회 정상화는 일단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박병석ㆍ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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