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벤츠타고 분계선 넘어/남북총리회담 대표단 평양 가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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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간인 환영인파 전혀 안보여/북 기자 “3대 과제 해결이 우선” “북경 2위 대답은 축구성적 말한 것”
○…강영훈 국무총리는 16일 오전 9시 정각 북측 최우진 대표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내 우리측 평화의 집을 나와 우리측 대표 6명과 함께 각각 하늘색 벤츠승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차량행렬은 북측 최봉춘 책임연락관과 우리측 김용환 책임연락관이 함께 탄 평양 95­111 벤츠를 선두로 강 총리,홍성철 정호근 이진설 김종휘 이병룡 임동원 대표 순으로 이어졌으며 중립국감독위 동쪽 건물옆 잔디밭위로 난 길을 따라 떠났다.
○“개성 이북도 안개”
○…평화의 집 1층 휴게실에서 북측 영접대표들을 기다리고 있던 강 총리 등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최우진 북측대표와 최봉춘 책임연락관을 맞아 인사를 나누고 약10분 동안 환담.
이들은 오전 8시50분 우리측 대표단이 타고 갈 10대의 벤츠승용차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지역의 평화의 집 앞에 도착했었다.
휴게실에 도착한 최 대표와 최 연락관은 먼저 강 총리에게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했고 강 총리와 우리측 대표단들은 이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습니다』며 인사를 교환.
강 총리가 『안개가 많이 끼었는데 북측 지역은 날씨가 어떠냐』고 묻자 최 대표는 『개성 이북지역에도 안개가 끼었습니다만 평양도착때는 맑은 날씨가 될 것입니다』고 대답.
○…평화의 집을 나선 우리측 수행원 33명과 기자단 50명은 중감위 회의실에서 북측의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 후 오전 8시50분부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5백여m를 걸어 통일각에 도착.
우리측 일행을 맞이하는 북측의 표정은 14일 오전 「통일음악회」 참가단을 요란하게 맞이했던 것과는 달리 대체로 차분한 모습.
북측의 통일신보 기자는 『유엔문제 등 3대선결 과제는 근본적이고 선차적인 과제이므로 이의 해결없이 회담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선결과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3차 회담이 꼭 안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진전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
이 기자는 평양방송에서 「팀스피리트훈련이 중지되지 않으면 남북회담이 중지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적어도 팀스피리트훈련이 열리는 기간 중에는 회담을 안한다는 것』이라고 설명.
○…오전 9시5분 붉은색 기를 단 북측 벤츠승용차 9대에 나눠타고 우리측 대표단이 통일각에 내리자 개성 동현인민학교의 화동들이 빨간 머리꽃을 꽂고 색동저고리에 붉은 치마 차림으로 입구에 서 있다가 인솔 교사의 지시에 따라 꽃다발을 증정했다.
이어 우리측 대표단은 안병수 조평통 서기국장 등 북측 영접팀의 안내로 통일각에 들어와 10여분 동안 환담.
강 총리가 안 서기국장에게 『통일각이 참 잘 지어졌군요. 우리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을 꺼내자 안 국장은 『85년 고향방문단 교환에 대비해 지었다』고 소개한 뒤 『남측과는 식(형태)이 좀 다르지요』라고 대답.
○역구내에 버스 세워
○…대표단 일행은 통일각을 출발한 지 1시간15분 만에 개성역에 도착. 개성역에는 일부 환영인파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노동당 및 역무원 관계자 수십명이 나와 대표단 일행을 맞았다.
대표단 일행을 태운 버스는 개성역 구내로 바로 갖다대 불과 10여m 걸어 열차를 탔는 데 북측 관계자들은 그 사이에도 조속히 승차할 것을 소리 높여 독려.
남북축구팀이나 민족음악회 참가자들의 도착 때와는 달리 민간인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 데 대해 남쪽 취재진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북측 안내원들은 『인민들이 노동하러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소속의 안내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정혁 씨(47)는 『농민들이 집체농장에 모여 노동을 하기 때문에 인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
불과 3∼4분 만에 열차가 출발하자 북한이 고향인 강 총리는 『해방되던해 내려온 이후 초행길이지만 밤낮 고향을 생각해온 탓인지 초행같지가 않다』고 감회어린 표정.
안 국장이 『역사적인 길』이라며 거들자 강 총리는 『시작이 반이라니 빨리 진척돼서 7천만 겨레의 염원을 풀자』고 말했고 다시 안 국장은 『정말 빨리 돼야지요』라고 한 뒤 『특히 아시안게임 때 보면 응원도 함께하고 통일팀이나 다름없어 얼마나 좋더냐』고 대답.
화제가 통일축구로 옮겨가 강 총리가 『우리팀이 조금 약한 것 같더라』고 말하자 안 국장은 『그렇지 않다. 남측이 기술이 뛰어나더라』고 응답.
강 총리가 다시 스코어가 『2­1이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심판의 페널티킥 판정을 의식한듯 북측의 취재진 사이에서 『와』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남한보도는 왜곡”
○…이날 판문점에 나온 북측의 회담관계자들은 『북한주민들은 북경아시안게임에서 북이 2등,남한이 3등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우리측 보도에 대해 『사실왜곡이며 북남의 화합분위기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
자신을 북한 적십자 요원이라고 소개한 한 남자는 『북남통일축구를 취재하러온 남한의 한 방송기자가 축구경기장의 한 관객에게 「아시안게임에서 북이 몇등했느냐」고 물었고 관객은 이에 「북이 2등,남한이 3등」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인데 이 축구관객은 축구성적을 묻는 질문인 것으로 알고 그렇게 대답한 것』이라고 설명.
이 남자는 『우리는 아시안게임의 주요 경기를 인공위성으로 생중계했으며 종합성적에서 남조선이 2등,일본이 3등,그리고 우리가 4등한 것까지 자세하게 TVㆍ신문에서 보도했다』며 『우리 인민들에게 성적을 거짓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남한의 보도는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흥분.
그러나 남측 화물을 실으러온 한 트럭 운전사는 아시안게임 성적에 대해 『축구는 우리가 2등,남한이 3등한 것 같고 전체성적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답변.
○…강 총리를 태운 벤츠 승용차는 번호판이 없는 반면 나머지 대표들이 탄 하늘색 벤츠는 차 앞 유리에 1번부터 10번까지 일련번호가 붙어 있었고 차번호는 「평양95­110」 「95­111」 등으로 돼 있었으며 차 오른쪽마다 붉은 기가 꽃혀 있었다.
우리측 수행원과 기자들은 출발에 앞서 북측이 건네준 강 총리 명의로 된 신분증과 북한 방문증명서 외에 북측이 건네준 「안내표」를 각각 받았는데 이 안내표는 앞면에 이름 ○○○,구분 기자,또는 수행원으로 되어 있었으며 뒷면에는 「기차 10­○,버스 ○○,숙소 ○각○층○○○호」 등으로 타고갈 기차와 버스의 좌석,숙소 방 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제2차 남북고위회담에 관한 일체의 기사는 수행기자단 50명이 공동작성,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내 남북조절위건물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거쳐 각 언론사에 릴레이식으로 배포한다. 평양의 공동 취재단이 작성한 기사나 사진은 남북직통전화 2회선,팩시밀리 2회선,사진전송기 2회선을 통해 수시로 프레스센터로 중계된다.
이 프레스센터는 회담기간중 24시간 운영되는 데 취재편의를 위한 일반전화 45회선,국제전화 3회선,팩시밀리 5개 등이 설치돼 있으며 17일 오전 10시 제1차 공개회담을 지켜볼 수 있도록 모니터 TV수상기 2대도 설치돼 있다.<판문점=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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