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훼방 놓는 당대표는 처음 봤다. 이준석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
3일 사의를 표명한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이하 새시대위) 수석부위원장이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자·타칭 페미니스트인 신 전 부위원장은 2주 전 수석부위원장이 된 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있다시피 한 이 대표 관련 언급을 아껴왔다. 하지만 사퇴한 이 날은 달랐다.
신 전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선) 저 한 사람 때문에 윤 후보의 2030 지지가 폭락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며 "대선을 훼방 놓는 건 이 대표다. 이런 당 대표는 선거를 치르며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성 상납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는 대표는 사퇴하고, 선대위를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언제 사퇴를 결심했나
- 그저께부터 새시대위에 계신 몇몇 분들과 논의했다.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의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 윤석열 후보, 김한길 위원장과는 미리 상의했나
- 김 위원장께는 미리 상의를 드렸고 동의해주셨다. 이후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말씀을 드린 것으로 안다.
- 김 위원장이 말리진 않았나.
- 안타까워했지만 함께 결정해주셨다.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울먹이며) 지금 현재 상황에선 필요한 결정인 것 같다. 윤 후보에겐 따로 메시지가 오진 않았다.
-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 당에 '2030 지지율의 하락이 신지예 한 사람 때문'이란 목소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선거 대응에 큰 문제 의식을 느낀다. 녹색당에서도 선거를 치러봤지만, 선거를 훼방 놓는 당 대표는 처음 본다. 본인의 성 상납 의혹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직을 내려놓겠지만, 이준석 대표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 국민의힘 전반에 쇄신이 필요하다.
- 윤석열·이준석 갈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 이 대표에게 있다. 대선 국면에선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갈등이 있어선 안 된다. 후보자가 제일 우선이어야 하고, 후보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
- 윤 후보에 전할 말이 있다면
- 정치를 하게 된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여성 문제, 안전 문제 책임지겠다고 하신 약속 지켜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찍을 순 없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이들은 2차 가해 집단이란 게 드러났다. 데이트 살인 사건을 변호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한 이재명 후보는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없다.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나의 판단은 아직 유효하다.
- 이제부턴 어떤 역할을 할 건가.
- 부위원장직은 사퇴하지만, 새시대위에 남아 정권 교체를 위한 활동을 계속 고민할 것이다.
신 부위원장은 "새시대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가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힌 뒤 선대위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수석부위원장직 사퇴는 물론, 더 이상 새시대위에서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김한길 위원장은 신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젠더 논쟁이 불러온 유감스러운 결과"란 입장을 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