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말고, 진실을 다 말하지 말라” 中 전직 외교부장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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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유튜브인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에 개인 계정을 개설한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이 1일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비리비리 캡처]

중국판 유튜브인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에 개인 계정을 개설한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이 1일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비리비리 캡처]

리자오싱(李肇星·81) 중국 전직 외교부장이 지난 1일 “거짓을 말하지 않기는 무척 쉽고,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기 역시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리자오싱 전 부장은 이날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인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에 ‘생활을 사랑하는 리자오싱’이란 계정을 개설하고 네티즌에게 신년인사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가 2일 보도했다.

국학대사 지셴린 선생의 가르침 #“권한 맞는 마땅한 진실 말하라”

달변가인 리 전 부장은 자신은 산둥(山東)의 한 시골 마을 출신으로 어렸을 때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어리버리하다가’ 외교부에 들어가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영문도 모른 채 당시 첸치천(錢其琛) 신문사(司·국) 국장으로부터 외교부 대변인을 맡을 준비를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면서다.

리 전 부장은 “나는 못하겠다며 안 시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첸치천)는 안된다며 외교부에 들어온 이상 외교부 규정과 기율은 조직의 모든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외교부) 대변인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자신의 동향 출신이자 중국인에게 국학대사(國學大師)로 추앙되는 지셴린(季羨林·1911~2009) 전 베이징대 부총장을 찾았다고 한다. “대변인이 말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리자오싱의 질문에 지셴린은 아홉 글자로 주의점을 당부했다. “거짓말하지 말고, 진실을 전부 말하지 말라(不說假話 真話不全說).”

리 전 부장은 이어 대변인 시절을 회상했다. “우리 대변인은 보통 무슨 문제를 질문할까 추측한다. 모두 집단 사고를 동원한다. 이후 상관에 보고한 뒤 비준을 받아야 말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하면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절반 정도 맞고 반 정도는 (예상) 못했다.”

하지만 지셴린 선생의 당황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라는 가르침을 따랐다고 토로했다. “아무튼 거짓말 않기는 무척 쉽다. 진실을 말하면서 전부 말하지 않기 역시 쉽다. 단지 당신의 신분과 권한에 맞춰 마땅히 말해야 할 진실만 말하면 된다.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네티즌은 환호했다. 한 네티즌은 “비리비리에 최고의 고수가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거짓말 않고 진실을 전부 말하지 않는다. 평생 배우겠다. 리 선생을 만나 기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고 했다.

리자오싱 전 부장은 외교부 대변인, 유엔 대사, 외교부 부부장(차관), 주미 대사 등을 역임한 관록의 중국 외교관이다. 근무 당시 “판단력이 뛰어난 강철 이빨” “평민 외교부장” “시인 외교부장”으로 불렸다. 시집 『청춘 중국』, 산문집 『멀리 가는 시적 정취(遠行的詩情)』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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