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활물가지수가 12월 기준 14년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가계 소비에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품목으로만 구성돼 밥상물가 또는 체감물가로도 불린다. 지난달 생활물가는 1년 전보다 4.6% 오르면서 2007년(4.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와 라면과 같은 생필품이 크게 올랐다.
외식·생필품 물가가 높인 가계 부담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끈 건 4.6%가 오른 생활물가다. 특히 외식물가의 경우 4.8%가 오르면서 2011년 9월(4.8%)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의 1.06%포인트는 외식물가 상승의 기여분이다. 외식물가가 소비자 물가 상승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생활물가는 주요 외식품목이나 생필품,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농‧축‧수산물 위주로 구성되는데 라면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라면은 1년 전보다 9.4%가 올랐다. 12월 물가 상승률로 따지면 2008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들어 라면업계 1‧2위인 농심과 오뚜기가 일제히 판매량이 많은 라면의 가격을 올리는 등 라면 가격 인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다.
40개 중 39개가 올랐다
외식 품목별로 보면 갈비탕이 10% 올라 40개 품목 중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선회(8.9%), 죽(7.7%), 소고기(7.5%), 김밥(6.6%) 등이 뒤를 이었다. 40개 중 39개 외식 품목의 가격이 모두 상승하면서 구내식당 식사비까지 4.7% 올라 직장인 고물가 체감도를 높였다. 유일하게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은 커피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확산하고 카페 매장 수가 늘면서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더는 못 버틴 소상공인
원재룟값 상승을 소상공인들이 더는 버티지 못 하게 되면서 외식물가가 급등했고, 역대급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과 국제유가‧곡물 가격 상승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각각 7.6%, 7.8% 올랐다. 특히 지난달 달걀(33.2%), 수입 소고기(22.2%) 등 축산물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에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당시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감소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가격 인상을 주저하면서 외식물가 상승은 제한됐다. 그러나 원재룟값 상승이 장기화하는 데다 연말 소비심리가 커지자 버티다 못해 가격표를 갈아치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지난해 말부터는 수요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