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직업>(30)여론조사전문가 신창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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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반의 여론을 남보다 한 수 앞서 읽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이나 할 것 없이 경쟁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게 뒤바뀌는 세태 속에서 여론과 동떨어져서는 살아남기조차 힘들다.
그 때문에 과연 일반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일이 엄연한 「직업」으로 자리잡은 채 각광받고 있다.
「민심이 천심」이란 진리는 일찍이 터득해놓고도 무엇이 민심인줄 알아내는 방법에는 남보다 뒤떨어졌던 우리 사회에 여론조사가 본격사업으로 진출한 시점은87년 대통령 선거 때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의 여론조사는 상품의 판매를 위한 마키팅 조사가 주종을 이뤄왔으나 대통령선거이후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정치성향 및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여론조사가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제외하고 직업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은 곳은 현재전국에 30여개.
이중 설문지 작성, 조사대상자 선정, 그리고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조사전문가는 약 2백명정도인 것으로 알러져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일하는 신창운씨(32)도 그중 한사람.
『질문의 내용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가, 조사하려는 내용이 질문에 충분히 반영됐는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신씨는 사회여론조사의 걱정인원은 1천5백∼2천명이라고 말한다.
조사대상자는 보통 성별·연령·교육수준에 따라 나뉘고 여기에 지역·직업 등의 사항이 고려된다.
일반적으로 계획서작성에서 최종 보고서작성까지 걸리는 기간은 8주정도.
그러나 조사의뢰는 많고 조사기관은 적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에 다른 일감이 떨어지기 일쑤다.
신씨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정당지지율이나 3당 통합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조사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못 믿을 여론조사」라는 평을 듣는 것.
신씨는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하더라도 조사시기, 표본의 특성과 크기, 질문구성과 배열, 면접원의 경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달리나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단 한번의 조사로 결론을 끌어내지 말고 여러 번의 조사결과가 누적될 때 비로소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처음부터 편견이 작용, 질문자체가 잘못 구성됐거나 표본수가 적어 전체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대 사회학과 개학시절 여론조사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신씨는 각종 쟁점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객관적으로 파악, 제공하는 여론조사에 매력을 느껴 조사전문가를 직업으로 택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88년 초부터 사회여론조사를 시작한 신씨가 지금까지 맡았던 조사는 40여개.
영어와 작문의 간단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입사한 그는 대학에서의 전공도 중요하지만 특히 다른 직업보다 건전한 상식의 소유자여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비록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국민들이 잘 모르고 응답한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언제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었다』고 말하는 신씨는 결국 자신의 직업은 천심을 대변하는 일이라며 직업에 강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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