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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넘을 산 많아, 많이 업어주십쇼"…이낙연 방긋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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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낙연 전 대표님이 많이 도와주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의 전격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이 전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존경하는 이낙연 전 대표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오셨다”며 “이제는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조직에 직접 참여해 민주당의 ‘4기 민주 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와 나란히 서 있던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 이재명 후보와 제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선대위에)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이하 비전위)를 만들어서 이 후보와 제가 공동위원장으로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제가 때로는 후보나 당과 결이 조금 다른 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해 후보도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당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이 조정되고 통합돼가는 과정 자체”라며 “대표님이 가진 특별한 경험과 경륜, 또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에 대한 새로운 비전들을 충분히 말씀하시고 (그것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이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만난 것은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찻집에서의 회동 이후 61일만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일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마주쳤지만 간단한 인사만 나눴다.

이재명 “대표님이 많이 좀 업어달라”…방긋 웃은 이낙연

23일 이뤄진 두 번째 ‘명·낙회동’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약속 시각인 오후 12시보다 9분 이른 오전 11시51분쯤 식당에 도착해 방 안에서 이 전 대표를 기다렸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가 오전 11시58분쯤 식당에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 앞서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를 방으로 안내하고 있다. 맨 왼쪽은 윤영찬 의원(이낙연 경선캠프 정무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23일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 앞서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를 방으로 안내하고 있다. 맨 왼쪽은 윤영찬 의원(이낙연 경선캠프 정무실장)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의 손을 붙잡으며 “대표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이 전 대표는 미소를 보이며 “잘 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아서 대표님께서 잘 보살펴주시면 좋겠다. 지금까지도 잘 보살펴주셨는데, 하여튼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대표님이 많이 좀 업어주십시오”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미소를 보이며 “네”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약 1시간 20분 동안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누며 민주당 ‘원팀’ 기조를 재확인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다움’이 강화되어야 우리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고, 또 대선을 앞두고 더 결집할 수 있다”며 “지지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표님 말씀이 맞다. 우리 지지자들이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잘 조율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은 27일 출범할 비전위의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향후 코로나19 극복과 국민대통합 의제 발굴 등을 함께 하기로 했다. 양측 지지층이 고소·고발전까지 벌이며 격렬하게 다툰 이유로 지난 6일 폐쇄된 민주당 홈페이지 내 당원 게시판도 내년 1월 다시 열기로 했다.

이 후보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의 회동은) 단순히 정권 재창출, 당원과 지지층 단합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국민 통합’에도 기여하겠단 의미”라고 밝혔다.

선대위 인사는 “이 후보가 선대위 기구의 장을 맡은 건 비전위가 유일하다. 이 전 대표에게 예를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회동 후 이 전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날 때도 그를 배웅했다.

“물들어올 때 노젓자” 野 자중지란에 전격 성사된 ‘명·낙회동’ 

이달 초부터 물밑에서 조율되던 ‘명·낙 회동’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대위 이탈이란 야당의 돌발변수로 속도가 더해졌다. 선대위 핵심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에 “두 사람이 최근 수차례 통화하면서 ‘연내 회동’을 목표로 만남의 시기와 방식을 조율해왔다”며 “‘자중지란’을 겪는 야당과의 차별점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전격 성사됐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젓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이낙연 전 대표와의 오찬 회동후 그를 배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이낙연 전 대표와의 오찬 회동후 그를 배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전환 선대위 직능본부’ 발대식에서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한 게 아니다”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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