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이잉원 손 들어준 대만 유권자, 중국 대신 미국 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차이잉원

차이잉원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이 들어간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안과 제4 원전 가동안 등을 놓고 지난 18일 치른 대만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차이잉원(蔡英文·사진) 총통의 민진당이 반대해온 4개 안건 모두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고, 집권당에 힘을 실어줬다. 여론이 막판에 뒤집히면서 극적인 ‘차이의 승리’가 이뤄졌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최대 쟁점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안은 반대(413만1203표·50.7%)가 찬성(393만6554표·48.3%)보다 20만표 가까이 많았다. 앞서 차이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지난해 12월 락토파민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과 친중 국민당은 대만인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껴안으려는 시도라고 비난했지만, 미국은 대만과 FTA 전 단계인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재개하며 화답했다.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투표 전날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라며 반대를 독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인이 집권당을 지지하고 미국과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투표 결과 완공 직전 봉인했던 제4 원전의 상업발전 개시안은 반대 52.3% 대 찬성 48.7%로, 북부 타오위안의 산호 해안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 시설 이전안은 반대 51.1% 대 찬성 47.9%로, 국민투표일과 전국 선거 연계안은 반대 50.8% 대 찬성 48.5%로 각각 거부됐다.

대만 국민투표 결과

대만 국민투표 결과

이로써 차이 총통은 중간평가에서 승리한 셈이 됐으며, 집권 민진당은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4년 총통·국회의원 동시선거까지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담화에서 “대만인은 세계로 나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자평했다. 야당인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주석은 “독재정부의 승리”라며 반발하고 “국민투표는 이미 죽었으며, 당 대표로 모든 책임을 지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홍콩에선 선거법 개정으로 1년 미뤘던 입법회(의회) 선거가 저조한 투표율 속에 치러졌다. 이른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 3월 개정한 선거법에 따라 총 90석 가운데 직선의석은 기존 35석에서 20석으로 줄었고,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뽑는 의석이 40석 신설됐다. 나머지 30석은 업종별 간접선거로 뽑는 직능대표 의석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 없는 투표’로 치러졌다.  자격심사위원회 설치와 직선의석 축소에 반발하는 민주 진영이 후보를 내지 않아서다. 민주 진영이 투표 보이콧과 백지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율과 무효표가 관심사가 됐다.

보이콧이 번지자 탄후이주(譚惠珠) 홍콩기본법위원회 부주임은 전날 “직선의석과 후보자 감소 등으로 투표율 30%도 나쁘지 않다”며 애써 이를 무시했다. 대신 중국 선전(深?)과 인접한 접경지역 세 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투표 당일 지하철과 버스를 무료로 운행하는 등 대대적인 투표 독려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입법회 선거 최종 투표율은 58.28%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