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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당·청 팽팽히 맞서 안갯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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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호 02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한시 유예 방안에 대해 청와대가 재차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12월 처리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14일 이 후보의 제안을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 후보는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6개월 이내 100%, 9개월 이내 50%, 12개월 이내 25% 감면 등으로 차등화해 1년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이철희 정무수석에 이어 16일에는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인 이호승 정책실장이 공개적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6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정무수석이 14일 민주당 지도부를 면담해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재차 이 후보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실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시장 메시지에 혼선이 생길 것”이라며 “정책을 되돌리면 일관성도 흐트러진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상태에서 정책에 변화를 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인터넷 매체와의 합동 인터뷰에서 “공급 확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한 것을 바꾸지 않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유연하게 1년만 바꾸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양도세 유예 반대의 명분으로 정책 일관성을 내세우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유연성으로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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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유예 방안이 담긴 입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주택 매물 잠김 해법으로 공식 제안한 만큼 일부 잡음과 혼선을 무릅쓰고라도 관철해 내겠다는 의지다. 그 이면에는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적기라는 노림수가 깔렸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는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이 유지해 온 기조와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당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상당하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5선의 이상민 의원도 16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공개 반대하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후보라 할지라도 당내 의견 수렴을 먼저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늦었다는 분석도, 지난해 한차례 유예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도, 중과를 100% 면제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의 한 의원은 “전문가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게 아니고 양쪽이 팽팽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내주 의원총회를 열어 양도세 유예조치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번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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