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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아비로서 아들 행동 사과, 치료받게 할 것” 고개 숙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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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국가인재 영입 발표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장남이 불법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16일 사실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아비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아들이 치료받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중범죄를 치료 대상으로 얼버무린다”(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고 공세를 폈다.

이 후보의 장남 이모씨는 미국에 서버를 둔 한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기고싶다’라는 닉네임으로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약 200여 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대부분 해외 포커 사이트나 수도권 지역 도박장에서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포커 사이트에서 현금처럼 통용되는 ‘게임칩’을 사고파는 글을 100여 건 올렸는데, 총 거래 금액은 약 1400만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속칭 ‘하우스’로 불리는 불법 도박장을 드나든 정황이 담긴 글도 올렸다. 이씨는 2019년 5월 서울 신촌,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후기를 올리고 열흘간 536만원을 땄다고 다른 회원들에게 자랑했다. “(도박장을) 압구정·건대·왕십리·신림·분당으로 바꿔 다닌다. 같은 곳을 자주 가면 긴장감이 사라진다”는 게시글도 올렸다. “회사 상사와 대화하는 중에 (도박 사이트 화면이) 모니터에 떠서 당황했다”는 경험담도 적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 아들도 자신의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고, 온당히 책임지는 자세가 괴로움을 더는 길이라고 잘 일러주었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넷 기자단 간담회에서는 “아들이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어떤 책임이라도 다 지겠다”고 말했다. 장남 이모씨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모든 일을 책임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야당은 공세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는 아들 일로 선거캠프 비서실장 직책을 그만둔 장제원 의원 수준에 상응하는 처신을 하라”고 꼬집었다. 이양수 대변인은 “아들의 중범죄를 치료 대상쯤으로 치부한 이 후보의 사과를 보면, 조카의 ‘모녀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둔갑시킨 일이 오버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후보가 9년 전 트위터에 “도박은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쓴 것을 놓고 야당에선 “등잔 밑이 어둡다”는 조소가 나왔다. 또 이씨가 지난해 사이트에 마사지 업소를 방문했다는 후기 글을 올린 것을 두곤 “성매매 혐의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 아들 도박 논란이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을 덮어주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태섭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가족 구성원 개인의 문제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불법 도박은 종류나 판돈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제각각이다. 이씨는 포커 등 카드 게임 방식의 도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형법 제246조에 따르면 일반 도박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상습 도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씨가 해외 사이트에 1년7개월가량 경험담을 올렸기에 상습 도박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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