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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이어 노동이사도 먼저 치고나간 尹…당 내 당황 기류도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노동계가 요구해온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 목소리를 내면서 후속 입법 조치가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찬성하고 국민의힘은 반대하던 구도가 흔들리면서 실제 입법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한국노총 지도부를 면담한 자리에서 “(노동이사제는) 적대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노동이사제가 잘 되기만 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에 엄청난 밝은 시그널을 주는 게 될 것이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중요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1~2명이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노사는 이 문제에 정반대 입장이었다. 재계는 “노조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고 반대하는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는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라며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일부 공공기관에 이미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여권은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그 입장은 확고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화 움직임에 “이재명 하명법”(김기현 원내대표)이라며 반대를 해왔다. 야권에선 “노동이사제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까지 더해지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컸다.

野, 그동안 “이재명 하명법”이라며 노동이사제 반대

그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자 국민의힘에선 당황스러운 기류도 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와 미리 논의가 된 내용은 아닌 걸로 안다”며 “김기현 원내대표가 코로나19 확진으로 당분간 업무를 볼 수 없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민의힘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말했기 때문에 윤 후보의 뜻대로 추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 입법화’ 문제는 별개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의견 진술 절차 및 노동이사제 도입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경영지침 변경 때 근로자 대표 협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 법안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이 법안까지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보고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행법으로도 노동이사제는 도입 가능하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도 이미 여럿 있다. 류 의원은 ‘윤 후보의 말에 따라 앞으로 입법화가 되느냐’는 질문에 “후보가 말한 내용을 보라. 그 내용대로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윤 후보는 전날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입법’에 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실제 입법에 동참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민주당이 요구하는대로 입법에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먼저 던지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뒤따라가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앞서 윤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당내 분위기와 달리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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