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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력 도매가 80%↑…내년 전기료 '연·기·환' 3중고 온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정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급격히 올라간 국제 유가 등 연료비는 물론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환경 비용 반영까지 고려해야 해서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민심 악화를 우려한 정부가 차기 정부로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떠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금 인상 압박 세진다…'삼중고'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10일 정부와 한전은 오는 20일 전후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료비 등 원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고자 분기별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예전보다 더 세다. 분기마다 정하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물론이고, 연료비 기준이 되는 기준연료비와 올해부터 분리 고지한 기후·환경요금 인상 여부까지 검토해야 한다. 기준연료비는 직전 연도 평균 연료비를 기준으로 1년마다 정한다. 올해부터 분리 고지한 기후·환경요금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변동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1년 새 전력 도매가 80% 올라

당장 20일 전후 결정될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이미 인상 시점을 한참 놓쳤다는 평가다. 10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은 지난달 말 기준 전력시장 도매가격(SMP)이 월평균 킬로와트시(㎾h)당 127.06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SMP 가격(70.65원) 대비해서 약 79.8%가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회복 기대감에 국제 유가 등 에너지 수요가 늘어서다. 특히 북반구 겨울에는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 가격도 더 올라가기 때문에 SMP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SMP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사에 전력을 구입해 판매한다. SMP 가격이 오르면 한전 전력 구입비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전력을 판매하는 가격인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커진다. 전력을 만드는 가격은 비싸지는데, 전기요금은 올해 사실상 동결했다. 4분기에만 전기요금을 ㎾h 당 3원 인상했지만, 지난 1분기 인하 폭(-3원/㎾h)을 돌려놓은 것에 불과하다.

기준연료비·환경요금도 검토

분기별 연료비 조정이 끝이 아니다. 내년 전기요금에는 기준연료비 인상 여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기준연료비는 직전 연도 연료비 평균이다. 이를 바탕으로 분기 연료비 차이를 조정 단가로 정해 전기 요금에 반영한다. 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상하한 제한 폭 있는 데다, 상황에 따라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준연료비는 한 번 정하면 그해 전기요금 변동의 기준이 된다. 정부는 2013년 이후 기준연료비를 단 한 번도 인상한 적이 없다. 그동안 물가 인상률만 고려해도 이미 전기요금이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지난해 국제 유가가 전년 비해 큰 폭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

올해부터 별도 분리 고지한 ‘기후·환경요금’도 기준연료비처럼 1년 마다 인상 여부 검토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위해 RPS(신재생에너지발전 의무제도) 비율 확대하고, 미세먼지 감축 위해 석탄 발전소 가동을 제한하는 등 환경 관련 비용 늘었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용 증가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환경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선 앞둔 민심 악화가 변수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승일 한전 사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인상 요인이 있다고 한다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전기요금 인상 시기가 한참 지났고, 최근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 한전은 내심 일부라도 전기요금을 인상을 바라는 분위기다. 실제 한전은 지난 3분기 9366억원 영업적자(연결기준)를 냈다. 2분기 연속 적자인데, 특히 한전 역사상 3분기 적자는 처음이다.

문제는 정부 의지다. 특히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정부가 여론 반대가 큰 전기요금 인상에 손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데다, 높아진 물가도 부담이다.

유승훈 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요금은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부도 한전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 여차하면 다음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올리지 못한다면 정부가 선언했던 탄소 중립 이행 여부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요금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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