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코로나 병상 서둘러 확보해 국민 불안 덜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15일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15일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중환자용 병상가동률 75% 넘어 비상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최악 막아야

어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522명에 이르렀다. 정부가 감당할 수 있다고 공언해 온 500명 선을 훌쩍 넘어섰다. 신규 확진자 수도 3000명을 돌파했다.

수도권의 중환자용 병상 가동률은 정부가 ‘서킷 브레이커’(단계적 일상회복 중단 비상계획) 발동 기준으로 제시한 75%를 넘긴 상태다. 병상이 없어 수도권 환자를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 다시 방역 조치가 강화될지 불안한 상태다. 온 국민이 애타게 일상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방역 당국이 병상 준비를 제대로 한 건지 의심스럽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느는 건 상식인데, 지난 2년간 정부가 뭘 준비한 건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방역 당국은 어제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 간격 단축과 위험도 평가 계획을 발표했지만 반복되는 굼뜬 대응에 불안은 여전하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해 다시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면 극심한 피해와 고통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팬데믹과 정부의 정책 실패가 맞물리면서 참담한 상태다. 나랏빚과 가계부채가 동시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1년 사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2만6000명이나 줄었고, 지난해 스스로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만 944명에 이른다.

대선후보들은 팬데믹 시국을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조~20조원을 들여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영업자에게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방역지원금 증액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를 향해 ”국정조사“ 운운하며 윽박지르는 황당한 상황도 따지고 보면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해 피해를 키운 실책과 무관치 않다.

방역 조치 완화로 겨우 숨을 쉬나 싶더니 대응 실패로 다시 숨통을 조이면 어떤 극단적 사태가 터질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빚 폭탄을 떠안게 된 젊은 세대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 당국은 이제라도 중환자용 병상 확보 방안과 코로나 의료진 충원 방안, 청소년 백신 접종 계획을 비롯해 분야별로 치밀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위드 코로나에 철저히 대비하자는 얘기가 나온 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 모양인가. 특히 심각해지는 수도권 병상 부족을 개선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경증 환자의 재택 치료를 위한 인프라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이왕준 병지병원 이사장)는 전문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래전부터 뻔히 내다본 상황을 두고서도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는 수준의 대응력으로는 장기화가 불가피한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가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