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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거부한 딸과 같이 못살아" 엄마는 딸 두고 이사 갔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찰스턴 교외 호숫가에서 30년간 살아온 로렐 호트(57)는 지난 5월 정든 집을 떠나 12km 떨어진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자녀와 한 공간에 있을 수 없어서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일부 주민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무접종과 백신 여권 도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일부 주민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무접종과 백신 여권 도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의 갈등이 가정 내부로까지 번진 미국 내 현실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로렐의 가정은 평화로웠다. 그는 남편 조엘 호트(56)와 1989년 결혼해 7명의 자녀를 낳았고, 이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하지만 딸 샘 호트(32)가 백신 접종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시청 밖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AFP=뉴스1]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시청 밖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AFP=뉴스1]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며 일찌감치 백신을 접종받은 로렐은 자신의 딸 샘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유했다. 샘이 자가면역질환 탓에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설득은 수포로 돌아갔고, 로렐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이해가 안 된다”며 결국 별거를 선택했다.

딸 샘은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서둘러 만들어진 이 백신이 고통스러운 피부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며 “(내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백신 접종은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로렐의 남편이자 샘의 아버지인 조엘이 백신 2차 접종 이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샘의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남편의 장례식에서야 딸을 다시 만난 호트는 “다시 만날 때까지 감염돼 죽지 않기를 기도할게”란 말을 전하고 헤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AP=연합뉴스]

현재 미국에서 백신 접종은 국가적 논쟁거리다.

지난 4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에 백신 의무화 명령을 내렸지만, 텍사스·루이지애나주 등 일부 주와 기업들은 "정부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5일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6일 미 연방항소법원은 “(정부의 접종 의무화는) 중대한 법적·헌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오는 11월 21일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며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이다. 앞서 미 방역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D) 소장은 가족 모임이 많은 추수감사절 등을 앞두고 백신 접종을 촉구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생산국인 미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현재 약 59%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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