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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조만간 좋은 결과”…외교부 장·차관 잇단 낙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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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반도 종전선언 협의 경과에 대한 한·미 간 온도 차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견 해소’를 강조하며 낙관론을 펴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원론적 차원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인정한 미국 측 입장을 과잉 해석해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측의 낙관론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차 미 워싱턴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4일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최 차관은 “종전선언 추진에는 한·미 이견이 없다”며 “언제, 어떻게 할지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에 대해 한·미가 큰 틀에서 사실상 합의했다는 의미다.

최 차관은 “그것(북한의 반응)을 어떻게 유도하고 견인하는지는 또 다른 숙제의 영역이다. 그것을 한 번 보려고 한다”며 한·미 논의를 토대로 실제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을 넘어 북한도 종전선언 논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접근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간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말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 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까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음을 고려하면 한·미가 종전선언 추진의 조건·시기·순서 등 각론을 다루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적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미 국무부는 한·미 간 조율 과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외교적 협의 내용에 대한 세부 내용은 알리지 않겠다”며 “북한에 대한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으며,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미 국무부가 동문서답하는 경우는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거나, 답변할 경우 외교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맹인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한·미 조율이 끝났다’고 말한 것을 반박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온 답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거리두기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차관보의 지난 12일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한 기간 한국 당국자들과 만났을 때 종전선언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진전 가능성에 대해선 “진전에 대한 전망을 판단하는 것은 저로서는 어렵다”고만 답했다.

일각에선 바이든이 국내 정치에서 위기를 겪고 있어 종전선언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31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로 민심이 악화일로이며,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 이후 최저인 41%까지 떨어졌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선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여유도, 정치적 명분도 부족한 만큼 종전선언에 뜻이 있더라도 내년 중간선거 이후에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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