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대 방망이 싸움 - 해태-삼성 플레이오프전 전력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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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삼성이 해태가 기다리는 지뢰밭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해태는 또다시 삼성을 짓밟고 한국시리즈 5연패를 달성하고 말 것인가?
야구팬들의 관심은 이제 13일부터 벌어질 플레이오프 5연 전의 승패에 관심이 쏠려있다.
빙그레와의 준 플레이오프 2차 전에서 9회 말 홈런 2발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친 삼성의 코칭스태프·선수들은 그 어느 해보다 승전기쁨에 들떠있고 사기가 충천해 있다.
좀처럼 희비애락이 없어 크렘린이란 별명이 붙은 정동진(정동진) 감독마저 『해태장벽도 거침없이 돌파, LG가 기다리는 정상고지를 점령하고야 말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해태는 까다로운 교타자가 많은 빙그레보다 큰 경기 때마다 먹이(?)가 돼준 삼성의 진출을 오히려 다행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비훈련에 돌입해 있다.
해태는 그러나 올 시즌 삼성마운드에 김상엽 이태일등 신인이 가세한 것과 관련해 종전과는 다른 승부를 벌이게될 것으로 예상, 종래와 같은 3승이나 4승1패의 압도적 승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응룡감독은 『삼성이 예년에 비해 전력이 좋아진 만큼 절대적인 우세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그 동안의 전적으로 미뤄 해태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있다는 사실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고 조심스런 예상을 했다.
올 시즌 성적으로 본 두 팀의 상대적인 전력은 해태가 팀타율 2할7푼(2위), 삼성이 2할6푼3리를 기록해 타율에서는 해태가 다소 앞선 상태이나 타선의 응집력을 나타내는 득점력에서는 해태가 5백38점, 삼성이 5백97점으로 삼성 쪽이 우세하다.
또 승부의 고삐를 일순간에 반전시키는 홈런의 경우 삼성은 1백31개로 7개 구단중 1위며 해태는 주포 김성한(김성한)이 초반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던 탓에 87개로 3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집중타의 능력은 해태가, 일발필도의 대량득점에는 삼성쪽이 강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투수력에서는 한국최고의 투수 선동렬을 보유한 해태가 시즌통산 방어율 3·36을 기록한 반면 삼성은 김성길 등 기교파투수 중심으로 4·13을 마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태가 4백58점(게임당 약3·8점)을 실점한데 반해 삼성은 5백58점(게임당 4·6점)을 잃고있어 마운드에서는 해태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내·외야의 수비력에서는 삼성이 97개(7위)의 실책을 범한 반면 해태는 1백10개(2위)의 에러가 기록돼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경우 이 점이 해태의 취약점으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결국 공격에서는 삼성 쪽이 다소 유리하며 투수력 등에서는 해태가 객관적인 우세를 보이고있어 플레이오프 5연 전 역시 두 팀의 당일 컨디션과 감독의 베스트나인 기용, 그리고 상대팀 선발투수 예측 등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판한판 1백% 총력전이 되는 만큼 해태와 삼성이 시즌 중 기록한 성적(해태13승7패)은 거의 무의미하며 당일의 투수 로테이션과 감독들의 경기를 읽는 능력 등이 승부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인 것이다.
해태로서는 특급에이스 선동렬을 두세 차례 선발 등판시키는 무리수를 띄울 것인가, 혹은 세이브와 선발 등 전천후로 출격시키기 위해 비축해둘 것인가가 고민이고 삼성으로서는 선이 선발 등판할 경우 약한 투수로 김을 뺀 후 다음경기를 노리느냐, 아니면 김성길·김상엽을 투입해 정면승부로 나가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두 팀 감독의 용병싸움은 이미 시작됐고 남은 기간 어떤 훈련으로 당일 전력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빙그레를 꺾고 상승무드에 있는 삼성 정동진 감독은 『지금까지 선동렬을 너무 의식해 온 게 삼성의 패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선이든, 누구든 정면승부로 돌파하는 것만이 승리로 가는 길임을 뼈저리게 느낀 만큼 1차 전부터 승부를 걸겠다』고 적극적인 전의를 나타냈다.
해태 김응룡 감독은 『시즌종료 후 10여 일 간 쉬게돼 시즌 막바지의 삼승세가 다소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고 『해태선수들은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는 강한 장점이 있어 파이팅을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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