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신조어 만든 14년차 개미, 수익 10억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1.11.15 05:00

서울대 MBA에 다니고 있는 소소하게 크게(예명)가 11일 서울대 경영대 건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대 MBA에 다니고 있는 소소하게 크게(예명)가 11일 서울대 경영대 건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동학개미운동’.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장기화하면서 주식 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국내 개인 투자자가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포털에 등록될 정도로 유행한 이 단어를 만든 사람은 대학원생 ‘소소하게 크게’(예명ㆍ33)다. 소소하게 잃고, 크게 벌자는 의미에서 이런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4년 차 개인 주식 투자자면서 회계법인에서 4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인회계사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는 지난 8월 서울대 MBA에 입학했다. 본명은 비공개로 하고 싶다는 그를 지난 11일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외국과 기관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란”

소소하게 크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지난해 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사용했다. 맨 오른쪽 아래 영상. '소소하게 크게' 캡처

소소하게 크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지난해 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사용했다. 맨 오른쪽 아래 영상. '소소하게 크게' 캡처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는 소소하게 크게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나왔다. 그는 지난 2018년 ‘내 주변인이라도 건전하게 투자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주식 시장이 최저점이었는데 이럴 때 보통 외국과 기관이 사고 개인이 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개인은 계속 사고 외국과 기관은 파는 상황이었다”며 “외국을 반외세, 기관을 반봉건에 대입해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섬네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신조어는 주식 투자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소소하게 크게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학운동은 결국 실패한 운동이지 않나, 그럼 우리도 실패한다는 거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며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국내서도 건전한 투자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어 실패할 거라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살에 1000만원 날리고 주식 공부 뛰어들어

소소하게 크게는 서울대 MBA 학생회장을 맡고있다. 그는 "대학생때 부터 취미가 뉴스 보기인데 지금은 회사 다닐때보다 바빠서 잘 못보고 있다"며 웃었다. 김성룡 기자

소소하게 크게는 서울대 MBA 학생회장을 맡고있다. 그는 "대학생때 부터 취미가 뉴스 보기인데 지금은 회사 다닐때보다 바빠서 잘 못보고 있다"며 웃었다. 김성룡 기자

소소하게 크게는 20살 때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대학 신입생이던 2007년, 그는 어머니에게 5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소소하게 크게는 “유복한 집안이 아니었다”며 “남들 다 가는 유럽여행도 못 가고 있으니 어머니가 모아둔 돈을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소액 투자 경험을 지켜봐 왔던 소소하게 크게는 그 돈으로 삼성중공업 주식을 샀다고 한다. 그는 “400만 원어치를 사서 60만원을 벌었다”며 “당시 한 달 용돈이 20만~30만원이었는데 한 번에 60만원을 버니 돈이 돈처럼 안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용돈 안 받겠다"고 선언하며 어머니가 누나에게 줄 500만원까지 빌렸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그는 1000만원을 날렸다. 소소하게 크게는 “그때부터 재무제표, 기업의 가치 평가 방법부터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약 10년간은 잃고 벌기를 반복했다. 2018년엔 투자에 지치는 순간도 왔다고 한다. 그는 “행복하게 투자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그리고 박영옥 대표이사 등 주식의 거장을 롤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그들의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강연까지 찾아다녔다. 박영옥 대표이사의 강연을 찾아 가 맺은 인연으로 박 대표는 그의 서울대 MBA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고 한다.

“끊임없는 학습과 시행착오로 경제적 자유 얻어”

소소하게 크게는 끊임없는 학습과 시행착오를 강조했다. 그는 “워런 버핏은 지금도 뉴스와 기업의 사업 보고서, 연차보고서를 하루에 8시간씩 본다”며 “나도 한 기업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면 몇 달씩 걸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공부해서 장기를 목표로 투자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현재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투자자로서 수익 10억원을 넘겼다는 의미로 최근 2030 투자자 사이에선 경제적 자유가 화두다. “얼마 정도 벌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초기 투자금 대비 현재는 연 수익이 40%를 넘는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10년 안에 성공해요…행복하게 투자할 계획”

서울대 MBA에 다니고 있는 소소하게 크게(예명)가 11일 서울대 경영대 건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서울대 MBA에 다니고 있는 소소하게 크게(예명)가 11일 서울대 경영대 건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의 유튜브 소개 글에는 ‘약속해요. 꼭 우리 10년 안에 성공해서 요플레 뚜껑은 핥지 않기로’라는 문구가 있다. “왜 하필 10년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주가가) 떨어져도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10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개미보다 개인 투자자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는 소소하게 크게는 “단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 투자자는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소소하게 크게의 목표는 서울대 MBA 과정을 통해 ‘투자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최고의 학교에서 대단한 교수진의 수업을 듣고 멋진 동료들을 만나 같이 성장해나가고 싶다”며 “개인 투자자로서는 행복하게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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