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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서 배달된 면요리…"제일 맛있다" 초보사장 울린 문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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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左), 짬뽕(右).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짜장면(左), 짬뽕(右).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배달 지연으로 면 요리가 불어서 배달됐는데도 손님이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해줘 감동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40분 넘게 걸려 배달된 면 요리, 고객님 때문에 눈물이 또르륵’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면 요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10일 오후 5시 43분경 배달 요청을 하나 받았다. A씨에 따르면 단 18초 만에 배달 기사가 배정됐고, 배달 요청 10분 뒤인 5시 53분경 배달 기사가 음식을 가져갔다.

A씨는 다른 주문 건에 대응하느라 음식이 잘 배달됐는지 잊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포스기를 확인했더니 5시 43분 주문 건이 25분 넘게 배달이 되지 않고 있었다. A씨는 오후 6시 28분 손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배달기사님이 초행길이신지 많이 늦으신다. 면이 많이 불 것 같아서 먼저 연락드린다. 혹시 받아보시고 문제 있으시면 편하게 이 번호로 연락 달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에도 배달은 10분 넘게 더 소요됐다. 배달이 완료된 시각은 배달 요청 이후 43분이 지난 오후 6시 36분. A씨는 “기사님이 ‘내비게이션 안내가 이상해서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고객님께 정중하게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다음부턴 더 조심하겠다’고 거듭 사과하시더라. 음식이 늦게 도착해서 너무 속상했지만, 기사님한테는 ‘내비게이션이 가끔 그럴 때 있다. 추운 날 고생 많으시다’고 토닥여드렸다”고 언급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캡처]

[자영업자 커뮤니티 캡처]

A씨는 면 요리가 40분 넘게 배달된 탓에 당연히 손님으로부터 컴플레인(불만 제기)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달 완료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7시 23분 손님에게 문자메시지가 왔고, A씨는 크게 감동했다. 손님은 “면이 많이 불고 식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이곳을 못 찾으시는 걸 이해하기에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제가 시켜먹었던 요리 중 제일 맛있다”고 하면서 오히려 칭찬했다. A씨는 “고객님 문자에 너무 감동받았다. 기회 되시면매장에 한 번 방문해 달라. 따끈따끈한 요리 한 그릇 대접해 드리고 싶다. 오늘은 정말 미안하고, 문자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손님은 두 눈에 하트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내며 화답했다.

A씨는 이제 겨우 자영업을 한 지 3개월째인 ‘초보 사장’이다. 스스로 미숙하고 서툴다고 생각해 자책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이날 손님의 따뜻한 마음씨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A씨는 “밖은 다들 롱 패딩 꺼내입을 정도로 추운데, 내 세상은 이렇게 따뜻해도 되는 걸까”라며 “자영업 3개월 차에 자꾸 실수하고 일을 너무 못해서 나 자신 때문에 울어도 봤다. 손님이 없어서, 남편과 싸워서, 처음으로 별점 3점 받아서, 몸이 힘들어서, 속상하고 울고 싶을 때가 가끔 있었는데, 오늘처럼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다. 자영업도 아직 할 만한 것 같다”라며 “조금은 느려도, 가끔은 넘어져도 꿋꿋이 일어나서 걷다 보면 탄탄대로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훈훈하다” “감동했다” “사연을 보고 같이 울었다” “좋은 손님과 좋은 사장님이 만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자영업자는 “나도 손님에게 공깃밥을 빼먹고 안 갖다 줘서 ‘죄송하다’ ‘바로 갖다 드리겠다’ ‘퇴근 시간이라 차가 막혀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했는데 손님이 ‘빗길 운전 조심해라’라고 감동적인 문자를 보내주셨다. 도착했더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천사같이 웃으면서 계시더라. 그분 덕분에 나도 변하게 되더라”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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