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건교·재경부 홈피는 '집값 폭등' 성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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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홈페이지의 국민참여 게시판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박종근 기자

'집 없는 서러움을 아는가' '한심한 정부와 공무원들' '니들이 부동산 투기 원흉' '이 정부 들어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기를'….

8일 청와대와 정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처럼 집값 폭등에 분노한 서민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성토하는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특히 주택정책을 도맡아 온 건설교통부와 '세금 폭탄'을 뿌려온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 이런 분노의 목소리가 하루에 40~50건씩 올라오고 있다. 정부 정책을 믿고 주택 구입을 미루던 서민들은 극도의 불신감을 표시하며 한풀이성 글들을 올렸다.

재경부 홈페이지에서 최모씨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당신네들이 온 나라를 분탕질하고 임기 몇 년 동안 국민 모두에게 시름만 남겨놓았다"며 "경제를 살린답시고 금리를 억눌러 전 국민을 투기꾼으로,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도 아직도 찍어 먹어 봐야 알겠는가"라고 분노했다.

네티즌 '억울한 서민'은 "집값은 계속 오른다, 무리를 해서라도 지금 꼭 집을 사야 한다는 얘기에 나는 동의한다"며 정부 대책을 성토했다. '가난뱅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내 나라 대한민국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좋아 보이지도 않는 아파트가 10억이 넘는다"며 "(집 때문에) 못 사는 가난뱅이는 어서 죽으라는 채찍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세금 폭탄'이 집값 불안에 기름을 붓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두호씨는 "오직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한 채 종부세와 세금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느냐"며 "저금리 때문에 투자처를 잃은 부동자금과 대출받은 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온갖 땜질식 처방은 소용없고 마지막 대책은 금리 인상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구경꾼'으로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저금리는 터무니없는 마약금리"라고 지적했고, 이상훈씨는 "돌파구는 금리 인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eulsig'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은 "1억5000만원에 판 과천 아파트가 현재 9억원이니 열심히 노력하며 돈 버는 게 전혀 의미 없는 일"이라며 "이제 다시 집 사는 꿈도 접어야 하고 얼마를 벌어야 된다는 희망도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건교부 홈페이지에도 "추병직 장관이 말만 하면 집값이 더 오른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장영순씨는 "정권 초기부터 집값만은 잡겠다고 하더니 결과는 2~3배 폭등했다"며 "(정부는) 믿었던 서민들만 바보로 만들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집을 사는 것"이라고 흥분했다.

결혼 14년차의 조모씨는 "차는커녕 휴대전화까지 최근에야 살 정도로 왕 짠순이로 살았는데 너무도 허탈하다"고 토로했으며, 용인 죽전의 방모씨는 "대출받아 얻은 전세가 1년 만에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라 이제 아이를 어떻게 나아 기를 수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심모씨는 다음주 나올 예정인 추가 대책과 관련, "지금은 기회를 노리다 집을 장만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 정책에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이런 국민 의견에 대해 건교부 당국자들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말문을 닫았다. 다만 한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더 기다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dongh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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