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1등, 도요타가 꼴찌···현대·기아차도 낙제점 받은 車순위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오토쇼에 전시된 GM의 전기 미니밴 '홍광'.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 오토쇼에 전시된 GM의 전기 미니밴 '홍광'. 로이터=연합뉴스

제네럴모터스(GM) C-, 도요타·스텔란티스·포드·다임러 F--.
4일 그린피스가 공개한 글로벌 10대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 성적표 중 일부다.

환경단체가 매긴 이들의 학점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7개 회사가 절대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린 도요타·스텔란티스·포드·다임러는 가장 낮은 등급이 매겨졌다. 1등을 한 GM도 대학에서 재수강을 할 법한 점수가 나왔다. 환경단체가 보기엔 자동차 업계의 탈(脫) 탄소 로드맵이 미흡한 셈이다.

중국서 전기 미니밴 파는 GM '1위'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이날 '2021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평가 대상은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상위 기업 중 최근 4년간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인 10곳이다. 세부 분석 항목은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중단 의지(80%), 공급망 탈 탄소화(20%)다. 내연기관차를 아예 생산하지 않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지난해 세계 판매량이 50만대 수준으로 낮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친환경 자동차 기업 1위는 전기차 전환에서 최고점(6.69점)을 받은 GM이 차지했다. 유일하게 C등급(C-)을 받았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500만 원대 소형 전기차 '홍광'을 대규모로 판매한 점이 주요인이었다. 10대 자동차 기업 중 2035년 탈 내연기관을 선언한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다. 선언대로만 이행하면 자동차 업계서 가장 빠르게 친환경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의 판단이다.

4개 기업 최하위권, 현기차 꼴찌 면해

반면 도요타·스텔란티스·포드·다임러 등 4곳은 F--라는 최하 등급을 받았다. 이 중 도요타는 약 20년 전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도했지만 이후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도요타의 작년 전 세계 판매량 중 전기·수소차 비중은 0.12%에 불과하다. 친환경 차 생산 연평균 성장률도 지난 5년간 54.7%로 낮은 편이다. 그린피스는 "투자자들마저 반(反) 기후 로비 활동을 중단하라고 할 정도로 도요타는 내연기관차 옹호에 적극적인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E-GMP 플랫폼을 적용한 제네시스 첫 전기차 GV60. 연합뉴스

E-GMP 플랫폼을 적용한 제네시스 첫 전기차 GV60. 연합뉴스

현대차·기아와 혼다, 닛산은 F++로 꼴찌는 면했지만 낙제생에 포함됐다. GM과 폭스바겐(D+), 르노(D-)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식 에너지 전문 분석기관인 세계에너지기구(IEA)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탈 내연기관 선언을 하지 않거나, 했더라도 현실성이 없는 기업은 모두 낙제점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F등급에 포함된 건 2035년 탈 내연기관 선언이 미국·유럽·중국·한국 등 일부 시장에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김지석 전문위원은 "유럽은 이미 법으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됐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기조를 보인다. 이에 비춰보면 현대차·기아의 선언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중단 항목에서 4.81점으로 3위인 르노를 제쳤다. 하지만 공급망 탈 탄소화 항목에서 3점대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비 규제 반대 로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감점도 당했다.

지난 9월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의 배출가스 5등급 운행제한 차량 단속 카메라. 연합뉴스

그린피스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빠르게 친환경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석 전문위원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 중인 기후 위기 대응 목표를 고려하면 2030년까지 탈 내연기관 선언을 해야 한다. 이런 점이 부족해서 대부분 회사의 점수가 C~F에 머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보고서에 포함됐다면 압도적 1위에 올랐을 것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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