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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이상 개도국 아냐"…EU 등 32국 특혜관세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중국 저장성 저우산항 콘테이너 항구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 6월 중국 저장성 저우산항 콘테이너 항구에서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신경진 특파원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 32개국이 다음 달 12월부터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인정해 부여하던 일반특혜관세제도(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 GSP)를 폐지한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4년 스위스, 2019년 일본, 지난 10월 12일에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인 러시아·카자흐스탄·조지아로부터 GSP 혜택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을 자처해온 중국 정부의 교역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중국 내 저임금 노동집약적 수출 기업의 퇴출도 빨라질 전망이다.

EU·영국·캐나다 “中, 더 이상 개도국 아냐” #노르웨이·뉴질랜드·호주 3국만 특혜 유지 #“저이윤·노동집약 산업 해외이전 빨라질것”

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지난주 EU 27개국과 영국·캐나다·터키·우크라이나·리히텐슈타인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더 이상 ‘일반특혜관세제도’ 적용을 위한 원산지증명을 첨부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일반특혜관세제도’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수출품과 반(半)제품에 부여한 보편적이고 비차별적이며, 비호혜적인 관세 우대제도다. 1978년 제도 도입 이후 40개국이 중국에 GSP 혜택을 부여했다. 이번 32개국의 철폐로 중국에 특혜 관세 대우를 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뉴질랜드·호주만 남게 됐다.

해관총서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은행 기준으로 더는 저소득이나 중저소득 경제(1인당 GDP 4045달러 미만)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여러 나라로부터 GSP 혜택을 ‘졸업’한 것은 중국의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한다”면서 “‘졸업’은 모종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주 25일 오는 12월 1일부터 EU 등 32개국이 제공하던 특혜 관세 혜택이 중단된다는 통지를 올렸다. [해관총서 캡처]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주 25일 오는 12월 1일부터 EU 등 32개국이 제공하던 특혜 관세 혜택이 중단된다는 통지를 올렸다. [해관총서 캡처]

EU가 중국에 GSP 혜택을 중단한 것은 중국의 개도국 주장을 더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EU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EU 최대 무역국으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EU의 중국 수입액은 2010억 유로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5% 증가했다. EU의 중국 수출도 1126억 유로로 20.2% 증가했다. 영국 국가 통계국 역시 올 1분기에 중국이 처음으로 독일을 제치고 영국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고 발표했다. 선룽친(沈榮欽) 캐나다 요크대학 교수는 1일 “이미 중등 수입국인 중국이 GSP로 평균 6%의 관세 혜택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아직도 ‘개발도상국’을 자칭하며 여러 혜택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번 GSP 폐지로 인한 피해는 중국의 수출 업체가 입을 전망이다. 대만의 쩡즈차오(曾志超) 중화경제금융협회 부비서장은 “최대 충격은 이윤이 매우 적은 방직업 등 노동집약 산업”이라며 “이번 관세 조정 후 저이윤·저기술·노동집약 산업의 해외 이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특혜관세 폐지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이라며 “1인당 연간 가처분소득은 3만 위안(약 540만원)이지만 6억 중하층의 평균 월수입은 1000위안(18만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2월 빈곤 탈출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전면적인 소강(중산층) 사회 진입을 주장했다.

이번 EU의 특혜관세 폐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보라 베이징 무역관 과장은 “최근 석탄을 가공한 요소 수출 제한 조치에서 보듯이 중국은 수출 억제와 국내 공급 우선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여기에 탄소 감축을 위해 글로벌 생산 기지보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서구의 특혜 관세 폐지가 중국의 정책 방향과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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