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세 부과」 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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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번 주 토론주체인 「미술품 양도세 부과」에 대한 독자투고는 모두 32통(찬성 11, 반대 21)이 접수됐습니다. 이중 찬성 2통, 반대 3통을 소개합니다.

<찬성>

<시장기능 정상화 시급>김은선<경남 울산시 중구 반구동 644의55>
미술품의 구입은 미술에 대한 안목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동기에서보다 최근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이름있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수집하고있는 경향이 많은 실정이다.
미술품이란 일단 작가의 손을 떠나면 시장기능에 맡겨져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면서 가격은 몇 배씩 뛰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거래도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가 하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국내 미술품의 거래는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컨대 같은 작품이라도 A화랑에서 50만원 하는 것이 B화랑에서는 1백만원을 호가하는 등 가격체계가 아직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수집가들은 중간상을 거치지 안고 좀더 싸게 구입하기 위해 작가들의 집이나 작업실을 찾아가 작가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구입한 미술품을 다른 수집가들에게 팔 때는 몇 배씩 더 올려 받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미술품 거래의 투기화를 막기 위해서도 미술품거래는 화랑 등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거나 전매차익에 대해서는 엄격히 세금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격표시제 실시해야>이정춘<경기도 의정부시 가릉동 15의83 15통4반>
미술품은 인간의 의식세계를 표현한 예술작품이다. 반면 시장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예술적 가치를 지닌 상품이다.
따라서 일단 미술품이 상품으로 기능하게 되면 그에 따른 세금부과는 당연하다 하겠다.
사실 국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화가에 의해 만들어진 미술품이 일반소장가에 이르기까지는 화랑이라는 중간매개체를 거친다.
그러나 화랑에서 가격을 매길 때 작품의 가치기준이 모호해 아직 화랑이 미술시장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때로는 비합리적이고 음성적인 거래까지 이루어지기도 해 화가들에게는 회의와 좌절감까지 안겨주고 있다.
또 일부 소장가들이 미술품을 되팔아 몇 배의 차익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러한 부조리를 막기 위해 미술품 가격표시제가 거의 정착되고 있다.
우리도 미술품에 대한 가격표시제를 실시하는 한편 전매차익에 대해서는 정당한 세금을 물게 해 미술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반대>

<단순투기 간주 안될 말>양종규<서울 송파구 마천동 323의187>
미술품의 거래와 수집은 대부분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수집가들 중에는 소장하고있는 미술품으로 미술관을 설립, 사회교육에 이바지하거나 사회에 환원시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문화재를 비롯한 모든 창작미술품은 결국 국가의 재산이며 민족의 유산으로 보존, 계승된다. 따라서 일반 수집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미술품거래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미술품을 부동산처럼 단순실물투기물로 간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의 하나 미술품거래에 양도세 부과가 확정, 발효되어 세금을 물린다면 이미 작가나 화랑에서 소득세를 납부했기 때문에 수장가가 이를 되팔 때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가 된다.
외국의 경우도 경매 등에서 발생하는 일정액의 수입은 정부가 소득세로 과세하나 일반 개인수장가가 화랑 등을 통해 차액을 남기고 거래한 경우는 비과세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문예중흥을 바란다면 미술품거래에 대한 양도세 부과방침을 철회해야할 것이다.

<작가 창작의욕에 찬물>정영미<경북 경주시 노동동 l40의19>
미술품 장기투자종목으로 들 수는 있으나 이를 투기대상품목으로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그림·골동품 등은 오래된 것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오랜 기간 소장하고 있다가 그것을 되판다고 해서 투기로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미술품의 전매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로 미술품을 투기대상으로 본데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술품 수집가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은 작가의 작업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미술품 구입자가 우리 문화발전에 참여한다는 긍지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작가의 창작의욕마저 저하시켜 국내미술계 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과연 세금포착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오히려 침체된 시장기능을 더욱 위축시켜 음성적 거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예진흥 시책에 배치>채경숙<서울 용산구 한남동62의1>
정부의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방침은 아직까지 그 연륜이 짧은 우리 미술시장에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아직 유통체계조차 잡혀있지 않고 미술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화랑·골동품업계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실정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에조차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침체된 미술계를 더욱 근경에 빠뜨릴 수 있다.
특히 지난 83년에도 국회 재무위에서 미술품 전매양도세가 거래됐으나 실익이 없다는 판단아래 폐기된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즉 미술품이나 골동품수집은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 대상으로 볼만한 근거가 없다.
또 수장가들의 미술품 양도는 화랑이나 골동품상을 통한 공개적인 거래가 거의 없어 세금포착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술품거래 기피현상을 초래, 암거래나 해외반출을 부추길 우려가 높은데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문예중흥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다음주 토론주제 「중·고생 교복착용」>
다음주 토론주제는 「중·고생 교복착용」입니다. 문교부는 최근 중·고교생들에게 번지고있는 과소비와 사치풍조를 막기 위해 교복착용을 적극 권장할 것을 시·도교위에 지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계와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복자율화가 이미 뿌리내린 시점에서 다시 교복을 입게하는 것은 개방화·자율화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찬반의견을 11일까지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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