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바둑 최강 커플'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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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바둑계에 '최강의 커플'이 탄생한다. 장쉬(張.23.(左)) 9단과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26.여.(右)) 5단이 그 주인공.

장쉬 9단은 현재 일본의 본인방이자 장차 일본 바둑을 이끌고 갈 최고의 기대주이고 고바야시 5단은 여류 본인방과 여류 명인을 양손에 쥐고 있는 여자 바둑계의 일인자다. 이들은 지난 2년반 동안 사랑을 키워온 끝에 다음달 9일 약혼식을 올린다. 결혼은 대국 스케줄 조정 끝에 내년 봄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장쉬 9단은 대만 출신으로 10세 때 일본으로 건너와 1970년대 일본 바둑계를 휩쓴 린하이펑(林海峰) 9단을 사사했고 14세 때 프로가 됐다. 지난 7월에는 가토 마사오(加藤正夫) 9단을 격파하고 대망의 본인방에 올랐고 일본의 최연소 9단이 됐다.

지난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도 일본의 선봉으로 나와 2연승을 거뒀다. 고바야시 이즈미 5단은 조치훈 9단과 혈투를 벌이며 8년 간이나 일본 일인자의 자리를 지켰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의 장녀. 또 일본 바둑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9단의 외손녀로 18세 때 프로가 되어 지난해엔 본인방, 올해엔 명인에 올랐다.

사실 이 '최강 커플'은 이즈미 부모의 대를 이은 것이다. 이즈미의 아버지인 고이치 9단은 일본 바둑의 적통을 이은 기타니의 수제자로, 무려 13년 연상인 그의 딸과 결혼해 함께 바둑 외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쇠락한 일본 바둑의 부흥을 꿈꾸며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즈미가 프로가 됐을 때는 직접 이창호 9단을 찾아가 고개숙여 딸의 한 수 지도를 부탁할 정도로 큰딸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쏟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두번째로 탄생하게 된 '최강 커플'에 대한 관심은 이들이 고바야시 9단의 기대에 부응, 한국 바둑을 꺾고 일본 바둑의 명예를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일본 바둑계는 도쿠가와(德川)막부 시절 일본 바둑을 일으켜 세운 본인방 가문의 수백년 전통을 되새기며 그 혼백을 이어받은 남녀 본인방의 결합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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