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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휴대전화 손에 넣은 경찰 반격···'대장동 키맨' 남욱 찾기 돌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련자를 대거 소환하고,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보고받고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아 ‘늑장수사’라고 비판받은 경찰이 칼을 빼 든 모양새다.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가 8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가 8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자 줄소환…미국행 남욱은 인터폴 공조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 경무관)은 8일 천화동인1호 이한성 대표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회사에서 빌려 간 473억원과 관련해 김씨 등이 법인에 손해를 끼쳤거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경찰 출석에 앞서 대장동 사업 배당금이 정치 후원금 등 로비에 쓰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고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곽모(32)씨도 이날 경찰 소환됐다. 사업 자금 명목으로 김씨에게 100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 이모(50)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을 줄소환한 경찰은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수사팀은 미국에 체류 중인 남 변호사의 소재를 파악하고자 지난 7일 국제형사기구(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법무부에 요청한) 여권 무효화와 상호 보완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동규 휴대전화, 수사 핵심 증거될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경찰은 검찰이 놓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대장동 사업의 배당금 일부가 유 전 본부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그의 휴대전화가 핵심 증거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이 자택 압수 수색 과정에서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검찰이 발견하지 못하면서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경찰의 발표 직후 검찰은 “수사팀의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경찰에 넘어가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보안성이 높은 아이폰 최신 기종이라고 알려지면서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수사당국은 피의자가 아이폰을 사용할 경우, 비밀번호를 진술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어 포렌식 등 조사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증거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권 생긴 경찰의 반격”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연합뉴스

한편 FIU의 화천대유 관련 보고를 받고도 5개월간 수사를 뭉갰다고 지적받아온 경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검찰에 대장동 의혹 수사의 주도권을 뺏긴 경찰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전보다 커진 상황에서 (경찰이) 검찰에게 밀린다는 인상을 주기 싫었을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인 만큼 어느 정도의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화천대유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하고, 3일엔 유 전 본부장을 구속했다. 여기에 수사의 핵심 증거물로 떠오른 천화동인5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까지 검찰이 확보하면서 경찰이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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