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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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플로리다주는 겨울이 없는 따뜻한 날씨와 강렬한 햇볕 덕분에 관광산업이 매우 발달해있고 따라서 도로망도 잘 정비돼 있다.
이 길을 따라 운전해 가다보면 큰 도로는 물론 지방의 2차선 도로에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인 작은 팻말이 서있다.
「Littering, 100dollars」. 처음에는 무슨 표지인지 몰라 미국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차안의 쓰레기를 밖으로 버리는 사람은 1백 달러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경고판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주에 가서 교통법규 위반을 했을 경우 현금이 없으면 체포돼 감방생활을 할 수도 있으므로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모두 쓰레기 버리기를 조심한다.
한편 모든 도로변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의 표지판도 세워져있다. 「다음 쓰레기 버릴 곳 3마일」.
즉 3마일만 참으면 쓰레기통이 있으니 그곳에 버리라는 표시다. 이는 자동차 문화가 가장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는 쓰레기통을 마련해놓고 함부로 버리는 사람에게 무거운 벌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벌이 있다는 것은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이고 결국 자연을 깨끗이 보전하는 것은 시민의 공중도덕심 외에 법의 엄격한 강제규정과 집행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하였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휴 행락철만 되면 극심한 쓰레기공해를 겪는다.
예를 들어 지리산등 국립공원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관광도로를 만들었으나 일부 자가용족들이 버린 쓰레기가 도저히 공원당국의 힘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막대한 양에 이르고 있다. 특히 아무 데나 버린 얌체쓰레기와 양심(?)은 있어 나무숲이나 돌 틈에 감추어 놓은 쓰레기는 비에도 씻겨 내려가지 않으니 공해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 해결책은 막연하기만 하다. 민주화가 잘 정착되고 준법정신이 철저한 문명국 미국에서는 왜 벌금을 경고하는 표지판을 길가에 세우는가.
그것은 나라를 깨끗하게 만드는 책임이 1차적으로는 정부에 있다고 보고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려는 표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생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에 관련된 묘안 짜기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날로 황폐해지는 이 강산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이제는 국민들이 스스로 자연을 보호할 때다. 비록 선진국처럼 엄격한 벌금을 물리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 쓰레기를 차 밖으로 버리지 않아야 한다.
선전국처럼 쓰레기통이 요소마다 준비되지 않아도 우리는 쓰레기를 길가나 으슥한 곳에 버리지 않는 습관을 키워야한다.
나이 어린 학생들을 동원해 자연보호운동으로 1년에 몇번씩 실시하는 청소는 보기에도 민망하고 그때만 깨끗할 뿐이다. 방법은 하나. 우리 모두 차로 운반해간 쓰레기를 자기 차로 가져오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의 산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이 금수강산을 쓰레기 때문에 못쓰게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천욱<연세대 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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