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단 흥국생명이 김철용 감독을 해임한 것을 놓고 배구계가 성토 일색이다.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비난 글이 쏟아진다.
흥국생명이 선수단 통솔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감독을 전격 해임한 것은 2일. <본지 11월 3일자 29면>본지>
사태는 지난달 13일 일부 선수들이 진형준 단장을 찾아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감독에게서 종교적 압박을 받았고 ▶무계획적인 훈련으로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워 감독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이승규 구단 사무국장의 말).
그러나 김 감독은 7일 "맹세코 사실이 아니다. 구단 프런트가 나를 몰아내기 위해 일부 선수들과 입을 맞춰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종교적이라는 말이 나올까봐 무척 조심했다. 선수들에게 교회에 가자고 하거나, (과거 대표팀 감독 때처럼) 선수들 손을 잡고 같이 기도한 적이 없다"며 "감독을 쫓아내고 싶으니까 종교를 끌어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감독은 "나는 철두철미한 사람이다. 무계획적으로 훈련했으면 그동안 실업팀 92연승과 수퍼리그 최다우승(9회)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 말을 듣고 감독부터 자른다면 어떤 감독도 선수 눈치보느라 훈련을 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못마땅해 했다. "당연히 선수부터 벌하고 나서 감독에게 책임을 묻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2005~2006시즌 중이던 2월, 잘하고 있던 황현주 감독을 자르고 김철용 감독으로 바꿨다. 흥국생명은 그때까지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해할 수 없는 감독 교체를 했던 흥국생명이 이번에는 선수들이 반발한다고 8개월 만에 다시 감독을 해임한 것이다. 배구계에서는 "흥국생명은 감독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말한다.
지난 시즌 프로가 된 여자배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해 중흥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챔피언인 흥국생명이 오히려 판을 흐리고 있어 안타깝다.
신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