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본선 직행? 이낙연 반전 시작? 호남 경선이 승부처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18 05:00

업데이트 2021.09.1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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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호 06면

[SPECIAL REPORT]
추석 이후 세상 - 대선 레이스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내년 3·9 대선이 1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앞두고 본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1차 수퍼위크’에 이어 추석 연휴 직후 호남 경선을 치른 뒤 다음달 10일 본선행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국민의힘도 지난 15일 1차 컷오프를 통해 후보 8명을 추린 데 이어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11월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8인 가족 모임 등이 허용되면서 ‘추석 밥상 민심’이 향후 대선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추석 이후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대선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8만5856표 대 17만2790표. 1차 반환점을 돈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순회 경선에서 1위 이재명 경기지사와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확보한 득표수다. 이 지사는 대전·충남(4일)과 세종·충북(5일),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지역의 권리당원·대의원 투표는 물론 ‘1차 수퍼위크’로 불린 국민선거인단 투표(12일)까지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파죽의 5연승을 거뒀다.

이재명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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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심은 이 지사가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느냐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규칙은 단순하다. 민주당 20대 대선후보 선출 규정 제60조엔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 득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사가 서울 지역 권리당원 투표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함께 공개되는 다음달 10일까지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면 이날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엔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음달 15일께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흙수저 출신이자 민주당의 ‘비주류’였던 이 지사가 결선투표 없이 집권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재명 대 반이재명’ 대표주자 간 양자 대결이 한 번 더 치러질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향방을 결정할 3대 변수를 꼽아봤다.

이낙연

이낙연

1 20만 호남 당원의 민심은=최대 분수령은 추석 연휴 직후인 오는 25~26일 열리는 호남권 순회 경선이다. 호남은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당의 뿌리다. 광주·전남(25일)과 전북(26일)의 권리당원·대의원 등 투표 대상 인원은 20만4017명으로 전체 지역 경선 투표 대상자의 28.3%에 달한다. 수도권(33만1997명·46.1%)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충분히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인 셈이다.

게다가 호남 당원들은 전략적 투표 성향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뒤 결국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호남 당원들이 민주당에서 조직적으로 이탈하면서 국민의당 돌풍을 이끌었다. 당 안팎에서 “이번 대선후보도 결국 호남이 정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에는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3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선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유동성이 더욱 커졌다. ‘유일한 호남 후보’가 된 이 전 대표도 지난 8일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 전 대표는 대구·경북 경선을 앞둔 지난 8~10일에도 호남에 머무르며 호남 민심 공략에 승부수를 띄웠다. “호남 총력전을 펼쳐 지지율 45%를 달성해 역전의 교두보를 만든다”는 게 이낙연 캠프의 전략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반면 이 지사 입장에선 호남에서도 1위를 수성해야만 본선 직행이 한층 수월해지는 상황이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다. 이재명 캠프는 지난 12일 강원 지역 경선이 끝나자마자 핵심 의원들을 호남 각 지역에 파견하며 풀뿌리 당원들과 대면 접촉에 나섰다.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도 지난 7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호남을 찾고 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7일엔 이재명 캠프 소속 의원 대부분이 광주를 찾아 사실상 ‘호남 총력전’에 돌입했다.

호남 당원들의 선택은 추석 연휴 밥상머리 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캠프 전략본부장인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은 “호남 민심은 결국 누가 시대정신에 충실한가, 그 후보가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 볼 때 이미 호남 민심의 판단은 끝났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도 “호남 경선이 반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호남에선 이 전 대표가 숙고하고 내린 의원직 사퇴 결단을 존중하는 분위기”라며 “단순히 동향이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이 전 대표가 쌓아온 오랜 경험과 식견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도 연휴 동안 모든 의원을 호남 지역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경선후보

경선후보

2 강성 지지층 응집 추미애 효과=경선 초반 ‘1강 1중 4약’ 구도가 확연했던 민주당 경선에서 다크호스는 단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2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11.67%를 얻어 정 전 총리를 누르고 3위를 차지했고, 이 결과를 받아든 정 전 총리는 결국 중도 포기를 선택했다. 추 전 장관은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뚜렷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변수는 상승 모드인 추 전 장관의 지지층이 이 지사와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의 지지층은 검찰·언론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는 이른바 강성 지지층인데, 이들은 과거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양강 구도에서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가 과반을 득표한 상태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자 이들이 빠르게 추 전 장관 지지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추미애 후보의 경우 지지층이 상당 부분 중첩된다”며 “만약 추 전 장관 지지율이 계속 올라갈 경우 이 지사 지지율이 다소 내려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추 장관이 10%대 득표를 기록한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는 다섯 차례 개표 결과 중 가장 낮은 득표율(51.09%)을 기록했다.

강성 당원들이 많은 수도권 33만여 명의 투표가 남아 있는 점도 변수다. 수도권에선 이른바 ‘조국 사태’ 때 서초동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당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경우 오프라인 당원 비중이 높다면 수도권은 온라인 당원 비율이 압도적”이라며 “경선 후반 추 전 장관의 추격세가 결선투표 성사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3 ‘본선 직행’ 득실 평가=순회 경선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결선투표 실시가 본선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오히려 본선 경쟁력을 저해할지를 둘러싼 논란도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 초반 본선 경쟁력을 앞세웠던 이재명 캠프는 최근 “압도적 1위로 본선에서 야당 후보와 당당히 맞설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정권 재창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본선 직행’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후보들 측에선 “본선 직행은 오히려 민주당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한 번 더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이낙연 캠프 관계자) “이 지사가 내놓은 기본소득 정책의 경우 자칫 본선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김종민 의원)는 등의 논리다.

이와 관련,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결선투표가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다만 1·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른 뒤 패자가 승리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원팀’을 이룰 경우 두 후보가 서로 다른 지지층에 화학적 결합을 호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인 만큼 결선투표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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