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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홍준표 2강 구도 ‘검증 싸움’이 판세 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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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호 07면

[SPECIAL REPORT]
추석 이후 세상 - 대선 레이스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내년 3·9 대선이 1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앞두고 본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1차 수퍼위크’에 이어 추석 연휴 직후 호남 경선을 치른 뒤 다음달 10일 본선행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국민의힘도 지난 15일 1차 컷오프를 통해 후보 8명을 추린 데 이어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11월 5일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8인 가족 모임 등이 허용되면서 ‘추석 밥상 민심’이 향후 대선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추석 이후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대선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국민의힘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11월 5일 결정한다. D-데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내부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야권에선 국민의힘 경선의 승패를 가를 3대 요인으로 ①본선 경쟁력 ②토론 능력 ③검증 통과 등을 꼽고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본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요건이기도 하다.

윤석열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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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선 경쟁력=국민의힘은 경선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이 이어졌다.

결국 당 선관위(위원장 정홍원)는 지난 5일 심야 마라톤 회의 끝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여론조사 문구에 넣지 않는 대신 최종 경선 때 본선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말해 단순히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라고 묻는 게 아니라 ‘민주당 ○○○ 후보와 맞붙을 국민의힘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한 달가량 빨리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만큼 이에 맞설 ‘맞춤형 후보’를 뽑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야권 후보 중 가장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홍준표

홍준표

하지만 최근 홍준표 의원이 상승세를 타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도 민주당 후보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윤석열 1강 독주 체제에서 윤석열·홍준표 2강 체제로 구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이라며 “국민의힘도 후보 선택에 있어서 ‘본선 경쟁력’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에선 아직 열세를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도 “본선에서 승리할 경쟁력 있는 후보는 바로 나”라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2 토론 능력= 윤 전 총장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벼르고 있는 게 바로 TV 토론이다. 공식 경선 후보 등록 전 토론 개최를 놓고 당내 갈등이 불거졌을 때부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토론에 나오라”며 압박을 가했다. “토론이 본격화하면 누가 준비된 후보인지 금세 판가름날 것”이라면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1차 컷오프 전까지 후보 간 토론회 없이 단순한 공약 발표회나 면접 방식의 행사만 진행하는 걸로 정리되자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7일 공약 발표회 때 유 전 의원은 “선관위가 왜 이렇게 유치한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토론을 일부러 막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의원도 지난 10일 국민 면접 행사 뒤 “26년 정치하면서 대통령 후보를 면접하는 것도 처음 봤고 면접하며 모욕 주는 당도 생전 처음”이라며 “면접관 세 명 중 두 명은 반대 진영 사람을 앉혀 놨다. 비아냥대고 조롱하고 낄낄댄 22분이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경쟁자들의 불만은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이 토론을 못할 것이란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토론을 거듭할수록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윤 전 총장이 토론을 못한다는 건) 그렇게 희망하는 분들 얘기”라며 “뚜껑을 열면 누가 토론을 잘하는지 우열이 가려질 거고,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쑥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선 “윤 전 총장이 향후 토론에서 선방하게 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6일 첫 TV 토론에서도 예상대로 윤 전 총장에게 경쟁자들의 공격이 집중됐다. 홍 의원은 “검사 시절 보수 궤멸에 앞장섰다”고 몰아쳤고, 유 전 의원은 “평생 검사를 하신 분이 대통령을 할 깜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보수가 궤멸한 것은 검찰 수사 때문이 아니라 홍 후보가 당대표할 때 2018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탓”이라며 “(대통령) 업무 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되받았다. 당 선관위는 후보를 네 명으로 압축하는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 때까지 모두 여섯 차례 TV 토론을 실시할 예정이다.

후보

후보

3 검증 통과=국민의힘 경선에서는 후보 간 상호 검증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살은 윤 전 총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과 함께 정치 신인인 데다 선두권 후보이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틈날 때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수신제가도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를 하겠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거나 “검증이 두려우면 그냥 (대선 도전을) 접으라”는 식이다. 유 전 의원도 “경선이 시작되면 (윤 전 총장의) 신비주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지지율도 출렁이게 될 것”이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 등 처가 문제로 곤혹스러웠던 윤 전 총장은 최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민주당뿐 아니라 홍 의원 등 국민의힘 내부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전격 입건하고,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대위 부위원장이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이 사건을 잘 극복하면 오히려 지지세가 더 견고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실체가 있는 걸로 결론이 나면 지지율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처가 의혹과 달리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여론에 주는 충격의 강도가 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내에선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 의원에 대한 검증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과거 막말 논란이나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던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홍 의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여권에서도 공세적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도 지난 11일 이른바 ‘형수 욕설’ 논란을 비판하는 홍 의원을 향해 “성폭행 자백범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돼지 흥분제(발정제)’ 사건을 언급했다. 홍 의원은 이 문제가 처음 논란이 됐던 2017년 대선 때부터 줄곧 “내가 한 행동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에선 계속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최근 당 차원에서 공명선거추진단을 꾸렸다. 경선 과정에서 과열 경쟁을 방지하는 동시에 최종 후보를 확정하기 전 자체 검증을 통해 본선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또한 홍 의원이 “특정 후보 감싸기”라고 반발하는 등 평가가 엇갈리면서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 관계자는 “결국 검증 국면이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본선 경쟁력에 대한 평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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