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논술한다] 동북공정, 문제점과 해결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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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목적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통일 한국을 견제하면서 외교적으로는 한국이 제기할 수 있는 간도 반환 소송 등 ①영토 반환 문제를 방지하는 데 있다. 또 경제적으로는 잠재력이 큰 중국 동북 지방의 영유권을 확보하고, 내부적으로는 자국민에게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믿음을 갖게 해 국가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②중국은 동북공정의 추진 과정에서 몇 가지 잘못을 범하고 있다. ③먼저 동북공정을 계획하면서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와 반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주관의 개입이 너무 지나쳐 사회과학적 연구로서의 의미도 퇴색했다.

④여기서의 주관은 민족주의적 관점이며,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한 결과라는 현재주의적 역사관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한국과의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

⑤동북공정의 문제는 그 원인을 찾아 없앰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답은 과거의 사실이 인식 주관과는 독립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입장인 실증주의적 역사관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일각에서는 한.중.일의 역사가들이 역사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역사 왜곡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역사가들이 합의에 의해 역사를 왜곡하거나 각자 민족주의적 역사관에 빠져 탁상공론만 일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지금으로서는 가장 그럴듯한 대안일 것이다. ⑥예를 들어 프랑스와 독일이 역사교과서를 공동 집필하기로 한 것을 들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화해와 협력을 추구해야 할 국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은 자국에도 도움이 될 리가 없다.

20세기가 대립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⑦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될 것이다. 자국의 이익만 도모하겠다는 독선적 태도에서 벗어나 이웃 나라와의 상생의 길을 추구하는 열린 자세로 중국은 동북공정의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태영(서울 배문고2)



문장과 문장의 논리적 연결 아쉬워

총평과 첨삭

논제의 요구 사항은 세 가지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이유, 동북공정의 문제점, 해결 방안을 논하라는 것이다. 특히 동북공정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논제 해결의 핵심이다.

정태영 학생의 글에서는 우선 고2 수준 이상의 탄탄한 문장력과 구성 능력이 눈에 띈다. 특히 동북공정의 의미와 목적을 압축해 설명하는 서론이 인상적이다. 실증주의적 역사관과 현재주의적 역사관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이끌어낸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에 더욱 명확한 의미를 담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포함해 정치적 문제를 언급했지만, 해결책은 학술적 입장에서만 제시한 것도 아쉽다. 결론이 당위적인 주장으로 끝나 공허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①은 '영토 분쟁에 대비하는 데 있다.'로 고치는 것이 정확하다.

②는 동북공정이라는 연구 프로젝트 자체는 옳으나 그 구체적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다.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로 바꾸는 것이 명확하다.

③은 너무 평범한 얘기다.'중화주의에 바탕을 둔 동북공정은 패권주의적 요소로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할 여지가 있다'처럼 더 궁극적인 문제점을 찾아 밝히는 것이 좋다.

④는 앞 문장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과거의 사실은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된 결과라는 현재주의적 역사관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로 고치는 게 낫겠다.

⑤에서는 '원인을 찾아 없앰으로써'란 말이 적절치 않다. 차라리 ⑤ 부분 전체를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은' 정도로 간단히 표현하는 게 어떨까.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은 공동 역사교과서를 이미 얼마 전 발간했다. 따라서 ⑥은 '최근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역사 교과서를 발간한 것이 좋은 본보기다.'로 고쳐야 할 것이다.

끝으로 ⑦은 주관적인 희망일 뿐이므로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돼야 한다'로 바꾸면 어떨까.

최성환(즐거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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