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가 인상 신호?…한은 “기준금리 0.25%p↑,집값 상승률 0.25%p↓”

중앙일보

입력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다시 보냈다.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면서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등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불균형 심화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당분간 둔화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8일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당분간 둔화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8일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방향성이 뚜렷히 담겼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보고서의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졌다.

이런 태도를 드러낸 근거는 여럿이다. 우선 한은은 가계 빚 급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급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당분간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계 부채는 올해 7월까지 79조7000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이미 한국의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국인 43개국 중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증가속도다.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지난 2008년 3분기 이후 증가 속도로는 가장 빠르다.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가계 부채 증가를 이끄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18.5%(KB국민은행 기준) 상승했다. 대출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세대출 등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세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5조7000억원이 늘어나 일반 주담대(14조5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컸다.

한은은 “대출로 조달한 자금이 가계의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결합하면서 자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택담보대출 유형별 증가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리 인상의 또 다른 전제조건인 물가 상승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한은의 예상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조적 물가 오름세는 경기회복세가 지속하면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택할 선택지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좁혀진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올해 11월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 인상을 했을 때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는 있다”며 “이 효과가 나타내기 위해서는 거시 건전성 정책과 주택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딘 칼'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충격 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보고서에는 금리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도 담겼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1차 연도에 각각 0.4%포인트와 0.25%포인트 둔화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반면 GDP 성장률은 0.1%포인트 정도 내려갈 것으로 봤다.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한은은 가계부채가 급증한 현 상황에서는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치 보다 줄어들고, 금융불균형 완화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돈을 풀고 있어 금리 인상의 부작용은 줄어드는 반면, 가계부채의 경우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잔액 기준 73.5%)이 높아 금리 인상의 약발이 잘 먹힐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불균형이 늘어나며 생기는 경제의 취약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1년 뒤 성장률이 대내외 충격으로 인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확률이 10.1%에서 8.5%로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은 성장세 및 물가 오름세를 약화시키는 반면 금융불균형은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금융불균형 누증 완화는 중장기적인 거시경제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