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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고 식수 기부” 조기마감됐다···MZ세대의 나눔의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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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21 글로벌 6K 하이킹 시즌2 공식 포스터. 사진 월드비전

2021 글로벌 6K 하이킹 시즌2 공식 포스터. 사진 월드비전

미닝아웃(Meaning out), 인플루언서블(Influenceable), 가치 소비, 선한 오지랖….

최근 MZ세대의 성향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해 변화를 만드는 세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은 ‘돈쭐’(돈과 혼쭐의 합성어)이라는 착한 트렌드도 만들어 냈다.

MZ세대의 이런 특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기부문화를 바꾸고 있다. 현금과 물품을 후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SNS 등 디지털을 중심으로 나눔에 동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행사를 최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MZ세대에 맞춰 디지털 모금과 비대면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캠페인 참여 시 시간·장소의 구애를 덜 받고 SNS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 소비를 드러낼 수 있어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월드비전

사진 월드비전

월드비전이 전개하는 대표적 사업에는 ‘글로벌 6K 하이킹’이 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매일 물을 얻기 위해 걷는 평균 거리인 6km에서 착안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월드비전이 선정한 300대 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 본인 SNS에 올리면 참가비(2만원)가 아프리카 식수위생사업에 기부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이 캠페인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진행된다. 다음 달 22일까지 월드비전 공식 홈페이지 등에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노스페이스 에디션 매칭 펀드를 통해 참가자가 인증샷 1좌(개)를 올릴 때마다 1만원이 추가 후원된다.

글로벌6K하이킹 담당자인 이현근 대리는 “올해 상반기 진행됐던 이 캠페인은 모집 기간이 끝나기 전에 조기 마감됐다”며 “기부 활동을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레포츠인 하이킹과 접목하면서 20·30세대의 참여율이 75%를 넘었다”고 말했다.

상반기 글로벌6K하이킹 참가자인 최지웅씨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해’ 걷는다기보단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는 생각으로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하이킹 도중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내가 산에 오른 만큼 아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했다.

‘글로벌 6K 하이킹’ 참여 방법. 사진 월드비전

‘글로벌 6K 하이킹’ 참여 방법. 사진 월드비전

이처럼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캠페인이 아닌 수년째 진행해 온 기존 사업에서도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월드비전 측 설명이다.

‘베이직포걸스’는 여아들에게 직접 면 생리대를 만들어 선물하는 참여형 캠페인이다. 단체는 지난 2015년부터 가난과 문화적 관습으로 월경과 혼인, 임신 등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여아들을 위해 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20·30세대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생리대와 파우치 디자인을 젊은 취향에 맞게 변경했다.

‘기브어나이스데이’는 후원자들에게 팔찌를 전달해 패션 아이템으로 본인의 신념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기부 팔찌는 우간다 난민촌의 난민 등록 팔찌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캠페인 참여자 중 MZ세대의 비율이 60%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부턴 유튜버·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이어간다.

조광남 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앞으로도 디지털에 기반한 기부 캠페인과 ‘온택트’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MZ세대의 취향과 선호를 파악해 참여를 이끌어낸다면 기부 문화도 보다 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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