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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두렵다, 제발 체포해줘" 아프간 도피 살인자의 애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년 전 해외로 도피했던 한 살해 용의자가 최근 자국에 "감옥에 갈테니 제발 나를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아프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이 순찰 중이다. [AP=연합뉴스]

아프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이 순찰 중이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 미러지 등에 따르면 호주 남성 사에드 샘 후사이니(32)는 2017년 친구를 고문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감시를 뚫고 달아나 해외로 도주했다. 

그가 당시 형의 여권을 이용해 도착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도망자 신세가 된 후사이니는 카불에 숨어 살고 있었다. 

4년 전 친구를 살해하고 아프간으로 도피한 호주 남성 사에드 샘 후사이니. [유튜브 캡처]

4년 전 친구를 살해하고 아프간으로 도피한 호주 남성 사에드 샘 후사이니. [유튜브 캡처]

호주 경찰에 따르면 후사이니는 마약과 관련된 빚 문제로 친구를 살해했다.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4명 중 3명은 4~9년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한 명은 무죄로 풀려났다. 정작 주범으로 지목된 후사이니만 잠적 상태였다.

탈레반 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카불을 순찰하고 있다.[AP=연합뉴스]

탈레반 대원들이 25일(현지시간) 카불을 순찰하고 있다.[AP=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후 후사이니는 '필사의 탈출'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호주 정부에 "감옥 생활을 할테니 텔레반 정권 아래 살지 않도록 출국을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이중 국적자의 카불 탈출을 돕고 있는 변호사 글렌 콜로미츠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호주에서 감옥에 가는 게 탈레반 정권 하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간 현지에선 돌아온 탈레반이 민간인을 상대로 인권 유린과 폭정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호주가 자국민 대피를 위해 제공한 항공기. [로이터=연합뉴스]

호주가 자국민 대피를 위해 제공한 항공기. [로이터=연합뉴스]

후사이니는 공항 출입이 허가돼 탈출용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전했다. 미러지는 25일 그가 아직 호주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후사이니 변호사는 현지 언론에 "호주 시민권이 있는 모든 시민은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 "그가 호주로 돌아오면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경찰은 후사이니가 호주로 돌아오는 즉시 살인 혐의로 체포돼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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