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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조력자들 한국 이송 직전, 탈레반 “공항 탈출 더는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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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파병 한국군의 현지 조력자들을 국내로 이송 중인 가운데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간 현지인이 해외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으로선 조금만 늦었다면 이들 인력 수송에 차질이 생겼던 아찔한 상황이다.

알자지라·BBC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프간인이 떠나도록 두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혔다. 외국인은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아프간인이 공항으로 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프간 내 현지인 조력자들을 해외로 이송하는 것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탈레반은 공항에 인파가 몰리면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압사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통제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보복은 없으니 카불 공항에 있는 아프간인은 집으로 돌아가 평온한 일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정부는 이날 아프간 파병 한국군의 재건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위협을 받아온 아프간 국적자 380여명을 군 수송기로 이송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탈레반 측 기자회견은 바로 직전에 이뤄졌다.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근무한 인력을 다수 국내로 실어오는 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탈레반 측은 이날 회견에서 미군과 동맹국에 조력했던 아프간인을 탈출시키려는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은 숙련된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나라는 의사·엔지니어 등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아프간을 떠나도록 부추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CNN에 따르면 아프간 현지인 탈출을 불허한다는 탈레반의 발언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출국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아프간인에게 영향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여성 공무원에게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집 밖으로 외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 보안군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집에 머물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조치는) 매우 일시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달 말로 정한 기한까지 철군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탈레반은 "8월 31일 이후에도 미군과 동맹국이 철수 작업을 계속한다면 미국이 스스로 정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자히드는 전날에도 31일을 철군 '레드 라인(Red Line)'으로 제시하며 지키지 않을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시한 준수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 작업을 당초 목표대로 오는 31일까지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무에 국방부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며, 국방부와 국무부에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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