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줍기|가족나들이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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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선생님이 장대를 높이 들어 밤송이 달린 가지를 한번 휘두르자 따닥 하고 가지에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알밤과 밤송이가 후두 둑 떨어진다.
밤나무 밑으로 조심조심 다가서서 신기한 듯 밤송이를 굴러 보던 아이들은『와』하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침처럼 뾰족하고 긴 가시에 찔리지 않게 신발 끝으로 살짝 밟은 뒤 막대기를 밤송이의 벌어진 틈으로 밀어 넣어 벌리자 잘 여물어 검붉은 색깔을 띤 알밤 3개가 의좋은 삼형 제 처 나란히 드러난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가까운 교외로 나가 사과·배·밤·대추·호두 등 과일이 무르익은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잠시 도시를 떠나 자연에 탐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특히 밤 줍기는 평소 시장에 수북히 쌓여 있는 알밤만을 보아 온 도시의 어린이들에겐 자연이 베풀어주는 하나의 경이를 맛보게 하고 자연의 이치를 새롭게 깨우쳐 주어 자연학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가시에 찔리지 않고 밤알을 발려 내려면 손놀림과 재치를 발휘해야 하므로 모든 일을 쉽게 하는 즉석 문화에 젖어 있는 아이들에게 근로와 결실의 귀중함까지 알려 줄 수 있다.
밤은 조생종의 경우 9월초부터 거둬들이기 시작하나 추석을 전후해 성시를 이루고 10월말까지 수확되는 만생종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밤이 많이 나는 곳은 전남광양·화순지역을 비롯해 경남남해·산청, 전북 장수·임실, 충남공주, 경기 양주·광주, 강원 횡성 등 전국 각지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대부분 밤농사를 생계의 주요수단으로 삼고 있으므로 밤을 수확하는데 인력이 부족하기는 하나 어린이들이 포함된 밤 줍기는 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주인의 허락을 받아 밤 줍기를 하는 경우에도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서울에서 가까운 밤나무 재배지역은 경기도 가평·양주·광주·용인·화성·이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용인의 자연농원에서는 40만평의 밤나무단지를 일반인들에게 개방,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밤 줍기 소풍 행사를 실시해 온 자연농원은 올해도 지난 20일부터 10월10일까지 매일 오후3∼4시 한시간 동안 농원입구 마성 밤 단지를 개방하고 있다. 농원 측은 업무준비 등을 고려, 행사 1주일 전에 예약 (02)745-0482을 받고 있다.
자연농원 판촉부 지용하 부장은『지난해 밤 줍기 소풍에 참가한 사람은 수만 명에 이르며 한사람 평균 1 ∼1.5㎏짜리 비닐봉지에 한 봉지씩 알밤을 주워 갔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올해 들어서는 가족·유치원·친목단체·학원·학교단위로 밤나무단지를 많이 찾고 있는 추세』라며『특히 어린이들이 몹시 즐거워한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용인 자연농원까지는 초원관광 (02)479-0301을 비롯해 서울과 수원에서 15개 관광버스가 운행하고 있고 수원전철역 앞에서 시내버스 (86)번도 있다.
또 이천 군 마장 면의 목 리 자연농원(0336)32-2237은 청소년을 위한 자연학습 및 극기훈련장과 함께 밤·사과·복숭아 등을 재배하는 과수원을 가지고 있어 가족들이 밤 줍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3백 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민박시설과 간이식당·간이 물·휴게시설 등도 마련돼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덕평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마장 면의 도드람 산 앞까지 가면 농원이 나온다.
지방에서는 전남화순군 이양면 옥리의 관광농업지구 밤 단지(0612)72-5117가 20여만 평에 이르며 경남산청군 생초면 평촌리의 부엉이농원(0596)72-1371도 이름높다.
이밖에 북한강 속의 섬인 가평군 남이 섬도 밤나무가 많이 있어 가족들과 함께 밤을 주워 가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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